김모 전 감사관 "양승태, 비위 법관 엄중 처리 방침"… "정운호 게이트 파악, 사법부 신뢰 위한 것"
  •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의 55차 공판에서 전직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양승태 사법부의 비위 법관 무마 시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성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의 55차 공판에서 전직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양승태 사법부의 비위 법관 무마 시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성원 기자
    전직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비위 법관을 엄중하게 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증언했다.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법관 비위 무마 시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55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석에는 김모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2016년 2월~2018년 2월)이 앉았다. 김 전 감사관은 양승태 사법부가 △부산고등법원 문모 부장판사의 비위를 무마하려 했는지 △'정운호 게이트' 연루 법관 관련 수사상황 등을 유출했는지 등을 입증할 인물이다.

    "법관 비위, 경미한 사안 제외하면 당연히 대법원장에 보고"

    김 전 감사관은 검찰 측 주신문 과정에서 "(문모 판사의 비위가) 당시 개인의 비위문제라기보다, 그 상황을 보는 검찰의 시각 내지 우려가 걱정됐다"며, 문 판사의 행동이 법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증언했다.

    문 판사는 2015년께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로부터 금품·향응을 제공받았다고 알려졌다. 정씨 관련 형사재판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감사관은 "법관 비위에 대해 경미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법원장에게 보고하는 게 맞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그게) 일반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2016년 9월28일자로 작성한) 문모 판사 관련 보고서의 취지를 임 전 차장이 고영한 당시 처장에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문 판사에 대한 징계는 따로 검토되지 않았다"며 "(부산 엘시티 등 문 판사와 관련한 의혹이) 풍문이거나 어디에서 들었는지 기억도 못해서 당장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양승태, 비위 법관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비위 법관을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감사관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사안은 비위 법관을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하지 말고 엄중하게 하라고 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변호인 측 질문에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모 판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하게 생각했다고 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의 "양 전 대법원장이 김 판사 비위 발생 당시, 그냥 사직처리하지 말고 재직 중 금고 이상 형이 확정돼 당연퇴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아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정운호 게이트'는 △2016년 상습도박 혐의를 받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전관 변호사에게 수임료 100억원을 건네고 △담당 항소심 재판장이 법조 브로커로부터 정 전 대표 선처를 부탁받았다는 의혹이다.  

    김 전 감사관은 또 "(양 전 대법원장이) 기본적으로 판사들에 대해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문제된 사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했던 것 같다"며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원칙대로 엄중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감사관은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상황 파악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연락을 취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특수1부장과의 연락 내용을 임종헌(61·16기)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고도 말했다. 또 임 전 차장이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부터 파악한 관련 내용을 자신에게 전했다고도 증언했다.

    "'정운호 게이트' 관련 보고, '사법부 신뢰' 위한 것"

    그는 "(신광렬 판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받거나 수사상황을 파악한 이유는) 정운호 게이트가 큰 이슈이고, '사법부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법원행정처인) 저희가 파악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련자들을 접촉하라는 관련 보고서 내용을 의식해서 당시 특수1부장과 연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2월23일 이후 약 20일 만에 재개됐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세로 주요 재판은 그동안 기일이 연기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세 명의 피고인은 물론 판사·검사·변호사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재판에 임했다. 재판을 지휘하는 박남천 부장판사만 마스크를 벗고 재판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나온 김 전 감사관조차 '증언이 제대로 들리지 않으니 말할 때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어떤가'라는 재판부 요구에 "그냥 마스크를 끼고 크게 말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