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드릴 말씀 없다”착잡한 표정… "최고위가 월권" 김태흠 김세연 등 황교안 비판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임기 연장 불가’ 통보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전날까지도 “임시총회를 열어 전 의원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고 했지만, 하루 만인 오늘 “여기서 멈추겠다”며 뜻을 굽힌 것이다. 다만 최고위의 일방적 결정에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해, 당분간 ‘나경원 교체’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될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며 임기 연장 의지를 접었다.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 결정에 대해)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늘 의총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묻지 않겠다”며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국당 승리를 위해 앞으로 그 어떤 소명과 책무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에 있다.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앞으로도 한국당은 흔들리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나경원, 대승적 수용했지만… ‘찝찝한’ 퇴장에 씁쓸한 속내 

    이처럼 나 원내대표는 “당과 조국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씁쓸한 속내는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중간에 가장 먼저 빠져나와 원내대표실로 향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며 악수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후 강효상‧김규환‧김도읍‧박맹우‧송석준‧송언석‧이만희‧이현재‧임이자‧정용기‧정양석‧정태옥‧홍문표 의원 등이 나 원내대표를 뒤따라 원내대표실로 향했지만, 나 원내대표는 별다른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황교안 당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개인 일정’을 이유로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다. 이때도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과 만나 “말 안할 거 알면서 왜 기다리나”라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부 의원, 최고위 결정에 반발… “이게 살아있는 정당이냐”

    이런 가운데 당내 일부 의원은 최고위 결정에 대해 “일방적 월권 행사”라며 반발했다. 당규 제1장 총칙 제3조 ‘원내대표 선거일 공고권은 당대표가 행사한다’는 규정은 단순한 절차적 권한일 뿐, 원내대표 연임 여부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공개로 발언하라”는 일부 의원의 제지에도 “내 입을 막아서 밖으로 안 나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최고위 결정에 대한 불만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그는 “최고위 의결 내용이 참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원내대표 연임 문제는 의총에 권한이 있다. 당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 당대표에게 선거일 공고권을 준 것은 절차상의 권리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나도 나 원내대표에 대해 문제제기를 가장 많이 한 사람 중 하나지만, 이는 최고위가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에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이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한국당의 쇄신을 요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로 보인다”며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를 저격했다.

    김세연 의원은 “그 규정은 물러나는 원내대표는 당사자일 수 있으니 또 다른 대표성을 가진 당직자가 후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을 관리하라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이 되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