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홈페이지에 태국 '소파 회동' 홍보… 日 외무성 사이트엔 소식 전무 "큰 의미 없다"
  •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왼쪽 두번째) 일본 총리와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왼쪽 두번째) 일본 총리와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는 지난 4일 태국에서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11분 회동’을 적극 홍보했다. 홈페이지에 회동 사진을 띄우기도 했다. 일본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관련 소식을 올리지도 않았다. 일본 외상은 “큰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7일 현재까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는 지난 4일 한일 정상 간 11분 소파 회동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반면 아베 총리가 태국·중국·인도 등 7개국 정상과 가진 회담 발언 내용은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외무성 홈페이지는 아베 총리가 미국 백악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한 사실까지 소개했다. 

    한일 정상 만남에 대한 용어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 환담'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본 외무성은 '일한 정상의 대화'라고 표현했다. 환담의 사전적 의미는 '정답고 즐겁게 서로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다. 회동 시간 역시 청와대는 11분으로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외무성은 약 10분으로 발표했다.

    靑 "매우 우호적 분위기 속 환담"… 日 반응은 '냉랭'

    양국 정부와 언론의 해석에서도 차이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아베 총리와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언급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에 대해 "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에 국내 언론은 대부분 회담의 긍정성을 부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인사들은 두 정상의 회동을 축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은 '양국 정상의 회담이 한일관계를 일보 전진시켰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10분간 말을 주고받은 것을 두고 큰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뉴시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 한국 측의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6일 기자회견에서 "정식 회담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 만남이 미국을 향해 대화에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7일 "한국 청와대가 '단독 환담'이라며 사진과 함께 (대화 내용을) 발표한 것과 온도차가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지소미아-수출규제 연계하는 文정부… 日 "수용 못한다"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한국 측의 구상에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강화 철회와 지소미아 종료 협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한국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관방장관과 외상 등 주요 당국자들은 '징용공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한국이 먼저 국제법을 지키라'는 원론적 주장을 재차 언급하면서 줄곧 냉랭한 반응만 보였다.

    한편 한일관계 경색국면에서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국제 학술포럼에 보낸 축전에서 "100년 전 선조들은 3·1 독립운동으로 일제에 맞섰다"면서 "선조들의 정신은 2016년 겨울 촛불로 타올라 '나라다운 나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한일 정상 환담을 둘러싼 양국 온도차에 대해 "일본이 자기중심적 발표를 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