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경 靑 근무 시절 말레이시아 주재관 파견… "해경 부임하던 자리" 경찰로서는 처음
  • ▲ 윤모 총경의 아내 김모 경정이 업무 특성상 해경만 부임해 온 해외주재관 자리에 경찰 최초로 파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 윤모 총경의 아내 김모 경정이 업무 특성상 해경만 부임해 온 해외주재관 자리에 경찰 최초로 파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버닝썬사건’에서 일명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49) 총경의 아내 김모(48) 경정이 업무특성상 해양경찰(해경)만 부임하던 해외 주재관 자리에 경찰 최초로 파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윤 총경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들어 ‘특혜파견’ 의혹이 일었다.

    윤 총경은 지인의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됐다.

    21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교부와 경찰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경정은 2017년 9월1일 주(駐)말레이시아대사관에 2등 서기관 겸 영사로 부임했다. 이 주재관 자리의 임기는 3년으로, 김 경정은 2020년 8월31일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주재관 자리는 국적선 해적 피해 발생 시 효과적 국제협력을 위한 업무특성상 2007년 신설된 이래 해경이 도맡아 왔다는 점이다.

    국적선 보호 위한 자리… 신설 이래 해경이 도맡아

    실제로 2007~17년 주말레이시아대사관의 경찰 주재관 자리에는 모두 해경이 파견됐다. 윤 총경 아내 김 경정이 이 주재관 자리로 나간 것은 경찰로서는 최초의 사례다.

    말레이시아는 말라카해협이 위치한 곳으로 세계적 해상 요충지로 꼽힌다. 말라카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무역항로로,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통로다. 연안에는 페낭·말라카·싱가포르·팔렘방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항구들이 발달해 있다.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원유 대부분 역시 말라카해협을 통과한다. 특히 전 세계 해양 물동량의 약 25%와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해, 인근의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에는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가 자리한 데다, 인접국 싱가포르에는 아시아 16개국이 공동 운영하는 해적정보공유센터가 있다.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 해경 소속 해외 주재관이 꼭 필요한 이유다.

    김 경정 파견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해외 주재관 공고문에 첨부된 ‘직무수행요건명세서’ 내용도 바뀌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2010년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 적시된 ‘주요 수행 업무’는 “말라카해협에서의 국적선 항해 안전 확보(해적 대응)”가 40%로 최우선 항목이었다. 이어 재외국민 보호활동(30%)과 민원업무 처리(30%) 등 순이었다.

    2014년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도 말라카해협 통항 국적선 보호(35%), 재외국민 보호(30%), 국제 형사사법공조 지원(25%) 순으로 업무 중요도를 분류했다.

    김 경정 파견 앞두고 ‘직무수행요건명세서’ 내용도 변경

    하지만 김 경정이 지원한 2017년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는 그간 비중이 30%로 상대적으로 적었던 재외국민 보호가 40%로 가장 중요하게 꼽힌 대신 ‘말라카해협 통항 국적선 보호’가 25%로 밀려났다.

    김 경정이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 파견되자 해경 곳곳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이 신문에 “해경이 파견되는 해외 주재관 자리는 1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라며 “해양 요충지에서조차 육지경찰에 밀렸다는 사실 때문에 내부에서 불만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 했다.
  • ▲ 일각에서 김 경정의 이례적 해외주재관 파견에 '부임지 특혜' 의혹이 제기됐지만, 외교부는
    ▲ 일각에서 김 경정의 이례적 해외주재관 파견에 '부임지 특혜' 의혹이 제기됐지만, 외교부는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뉴데일리 DB
    일각에선 김 경정의 ‘이례적’ 해외 주재관 파견에 남편인 윤 총경의 근무이력이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2017년 6월 청와대에 파견됐고, 그로부터 며칠 뒤 외교부장관 명의로 주말레이시아대사관을 포함한 해외 주재관 모집공고가 게시됐다.

    주 의원은 이 신문에 “김 경정이 말레이시아에 부임하고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며 “청와대에 근무하던 윤 총경이 관련 정보를 사전 입수해 아내 파견 과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 주재관 한 명을 보내는데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광덕 ‘부임지 특혜’ 의혹 제기… 외교부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

    외교부는 윤 총경 아내 김 경정에 대한 ‘부임지 특혜’ 의혹에 대해 ‘특혜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주재관 직위는 해적대응 업무 외에 재외국민 보호 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해경 업무에만 특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주재관의 직무수행요건명세서는 현지 사정 및 실제 업무수요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파견자 교체시마다(통상 3년 주기) 관련 부처 및 공관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다”며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경찰 주재관 선발 절차(공개모집⇒서류심사⇒면접심사)는 관련 볍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심사는 다수의 외부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위원(총 8명) 평가점수의 평균점수로 최고점자를 선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