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경 靑 근무 시절 말레이시아 주재관 파견… "해경 부임하던 자리" 경찰로서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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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사건’에서 일명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49) 총경의 아내 김모(48) 경정이 업무특성상 해양경찰(해경)만 부임하던 해외 주재관 자리에 경찰 최초로 파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윤 총경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들어 ‘특혜파견’ 의혹이 일었다.윤 총경은 지인의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됐다.21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교부와 경찰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경정은 2017년 9월1일 주(駐)말레이시아대사관에 2등 서기관 겸 영사로 부임했다. 이 주재관 자리의 임기는 3년으로, 김 경정은 2020년 8월31일까지 근무할 예정이다.문제는 이 주재관 자리는 국적선 해적 피해 발생 시 효과적 국제협력을 위한 업무특성상 2007년 신설된 이래 해경이 도맡아 왔다는 점이다.국적선 보호 위한 자리… 신설 이래 해경이 도맡아실제로 2007~17년 주말레이시아대사관의 경찰 주재관 자리에는 모두 해경이 파견됐다. 윤 총경 아내 김 경정이 이 주재관 자리로 나간 것은 경찰로서는 최초의 사례다.말레이시아는 말라카해협이 위치한 곳으로 세계적 해상 요충지로 꼽힌다. 말라카해협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무역항로로,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통로다. 연안에는 페낭·말라카·싱가포르·팔렘방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항구들이 발달해 있다.중동에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원유 대부분 역시 말라카해협을 통과한다. 특히 전 세계 해양 물동량의 약 25%와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통과해, 인근의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게다가 말레이시아에는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가 자리한 데다, 인접국 싱가포르에는 아시아 16개국이 공동 운영하는 해적정보공유센터가 있다.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 해경 소속 해외 주재관이 꼭 필요한 이유다.김 경정 파견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해외 주재관 공고문에 첨부된 ‘직무수행요건명세서’ 내용도 바뀌었다.중앙일보에 따르면, 2010년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 적시된 ‘주요 수행 업무’는 “말라카해협에서의 국적선 항해 안전 확보(해적 대응)”가 40%로 최우선 항목이었다. 이어 재외국민 보호활동(30%)과 민원업무 처리(30%) 등 순이었다.2014년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도 말라카해협 통항 국적선 보호(35%), 재외국민 보호(30%), 국제 형사사법공조 지원(25%) 순으로 업무 중요도를 분류했다.김 경정 파견 앞두고 ‘직무수행요건명세서’ 내용도 변경하지만 김 경정이 지원한 2017년 직무수행요건명세서에는 그간 비중이 30%로 상대적으로 적었던 재외국민 보호가 40%로 가장 중요하게 꼽힌 대신 ‘말라카해협 통항 국적선 보호’가 25%로 밀려났다.김 경정이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 파견되자 해경 곳곳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이 신문에 “해경이 파견되는 해외 주재관 자리는 1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라며 “해양 요충지에서조차 육지경찰에 밀렸다는 사실 때문에 내부에서 불만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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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김 경정의 ‘이례적’ 해외 주재관 파견에 남편인 윤 총경의 근무이력이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2017년 6월 청와대에 파견됐고, 그로부터 며칠 뒤 외교부장관 명의로 주말레이시아대사관을 포함한 해외 주재관 모집공고가 게시됐다.주 의원은 이 신문에 “김 경정이 말레이시아에 부임하고 두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며 “청와대에 근무하던 윤 총경이 관련 정보를 사전 입수해 아내 파견 과정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 주재관 한 명을 보내는데 청와대가 관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주광덕 ‘부임지 특혜’ 의혹 제기… 외교부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외교부는 윤 총경 아내 김 경정에 대한 ‘부임지 특혜’ 의혹에 대해 ‘특혜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주재관 직위는 해적대응 업무 외에 재외국민 보호 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해경 업무에만 특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이 관계자는 “모든 주재관의 직무수행요건명세서는 현지 사정 및 실제 업무수요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파견자 교체시마다(통상 3년 주기) 관련 부처 및 공관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한다”며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경찰 주재관 선발 절차(공개모집⇒서류심사⇒면접심사)는 관련 볍령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접심사는 다수의 외부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위원(총 8명) 평가점수의 평균점수로 최고점자를 선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