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입시에서 62.9% 합격률…명문대 122명지역별 교육 격차 해소 역할 톡톡중위소득 85% 이하 가정 확대…정부 난색
  • ▲ '우리의 미래 서울러너 출범식'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서울시
    ▲ '우리의 미래 서울러너 출범식'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서울시
    "선천적으로 폐가 약해 병원비 지출이 많아서 학원에 다닐 돈이 부족했어요. 그런데 '서울런' 인터넷 강의를 통해 병원 가는 차 안에서 공부한 덕분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문제만 틀리고 S대 의과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올해 입시에서 의대에 입학한 김모씨 얘기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서울시가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 교육지원 플랫폼인 '서울런'의 효과가 입증됐다.

    다만 서울런 강의를 듣는 학생이 1만6000여명에 불과한데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런 회원 중 1084명이 수능에 응시해 682명이 대학에 합격해 62.9%의 합격률을 보였다. 지난해 합격자(462명)보다 220명 늘어난 숫자다.

    특히 서울시내 11개 주요 대학과 의대와 약학계열, 그리고 사관학교 등엔 합격자의 18%인 122명이나 됐다. 구체적으로 서울대(12명) 등 명문대(106명)를 비롯해 의·약대(9명)·과학기술특성화대학(2명)·사관학교(2명)·서울교대(3명) 등 특수목적계열에 16명이 붙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서울런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교육 사다리' 역할을 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서울시가 자치구별 서울런 회원 대학 합격 인원을 분석한 결과 특정 자치구에 치우치지 않고 유사한 비율(1~6%)로 대학 합격생을 배출했다. 강서구·송파구·양천구·노원구 합격생 비율(6%)이 가장 높고 중구·용산구 합격률(1%)은 상대적으로 낮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학생도 서울런 도움을 받았다. 서울런에서 자격증·외국어 강의를 듣고 취업에 성공한 회원(45명)이 지난해(16명)보다 29명 증가했다.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공공기관(11명)이나 삼성물산 등 대기업(5명) 취업자도 있었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가난한 학생들도 인터넷으로 나마 국내 최고 일타 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해 줘야 하고 실력있는 대학생 언니, 형한테 직접 1대1 멘토링도 받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며 "서울런은 교육비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도록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희망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이 서울런 성과보고를 발표하고 있다.ⓒ서울시
    ▲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이 서울런 성과보고를 발표하고 있다.ⓒ서울시
    더 나아가 서울시는 올해부터 서울런 회원 중 학습 의지와 목표가 명확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90명을 선발해 1년간 우리금융미래재단이 연간 200만 원 상당의 학습비를 지원한다.

    대상은 중학교 3학년 2학기 성적이 국·영·수 C등급 이상이면서 무엇보다 학습 의욕과 목표가 뚜렷한 청소년들이다. 선발학생들에게는 여름방학 기간 국내 우수대학과 연계해 2주 일정으로 개최되는 진로캠프 참여기회가 제공된다. 인문사회·창의과학·진로적성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체험이 가능하다.

    겨울방학 중에는 1개월 동안 기숙형태로 진행하는 집중학습캠프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과목별 무료 강좌도 들으며 평소 부족한 과목을 보충할 수도 있다.

    다만 이처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런 가입 학생은 2만6000여 명이지만 실제 서울런 강의를 듣는 학생은 1만600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서울런에 가입해야 할 학생은 무려 10만여 명이나 있다. 초·중·고교생과 대학생(반수생)과 5세 아이부터 24세 청년학생까지 합쳐서다. 또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가정, 북한 이탈 주민 학생 등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런 대상은 중위소득 50% 이하 가정의 자녀로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해당된다"며 "앞으로 이를 중위소득 85% 이하 가정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이어 "사교육과의 충돌 등의 이유로 현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협의가 길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둥이 가정도 서울런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서울런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