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두 달째, 탄핵·청문회로 허송세월이진숙 3일간 청문 ‥ 이상인 탄핵 추진MBC 방문진 교체 막기 위해 입법 횡포민심이 무너지고 '이반'하는 건 한 순간'밥그릇'보다 '민생' 더 챙기는 정당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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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엔 배가 터질 듯이 나온 뚱뚱한 몸집의 의원들이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의석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서민을 대변하라고 뽑은 당대 입법 대표들이 각자의 배를 채우기 위해 '작당모의'를 하는 현실을 풍자한 그림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정치인들의 '탐욕' 아닐까. 음흉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19세기 유럽 '정치군상'의 면면을 감상하면서, 문득 21세기 대한민국 국회를 장악해 '입법 횡포'를 부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총선으로 무려 175석을 얻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입법권'을 손에 쥔 민주당은 △지난 회기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된 '방송3법 개정안'을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밀어붙였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독식하는 만용을 부렸을 뿐만 아니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대통령과 각 기관장들을 차례로 '탄핵열차'에 태워 '정치적 살인'을 기도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 민주당은 자신들의 모든 입법 행위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떠들지만, 사실상 대대손손 기득권을 누리려는 그들만의 '입법 독주'에 불과하다는 따가운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사상 초유 '사흘간 청문회' 열고 '공세'
최근 정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권력에 대한 민주당의 야욕과 집착이 고스란히 드러난 무대였다.
민주당은 이진숙 후보자가 위원장이 되면 윤석열 정권이 MBC를 장악할 것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청문회를 3일로 연장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민주당이 장관급 인사의 청문회를 이례적으로 사흘간 연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소명이 불가능한 부분이나 작은 티끌이라도 찾아내 이 후보자를 망신 주고 사퇴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청문회는 MBC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한 '망신주기'와 '겁박'으로 점철됐다"는 통탄이 흘러나올 정도로 몰상식과 불통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민주당의 어느 의원은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신"이라는 폭언과 함께 고함을 지르는 추태를 부렸다.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조국혁신당의 이해민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챗지피티'가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할 것을 강요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였다.
이른바 '피켓 트집'은 합리성을 상실한 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폭주'의 절정이었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트로이컷 관련 반박 자료를 들어보이자, 최 위원장은 "한 손이 아니라 두 손으로 자료를 든 것은 조롱하려는 것"이라는 어이없는 비난을 가했다.
◆탄핵 대상도 아닌 '직무대행' 탄핵 추진
게다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이용해 '탄핵 대상도 아닌'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초법적인 행태까지 저질렀다.
앞서 민주당이 '탄핵열차'에 태우는 바람에 두 명의 방통위원장(이동관·김홍일)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렸고, 이상인 직무대행만 홀로 남아 방통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직무대행마저 '자진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상임위원이 '0명'인 초유의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가 무력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이 정말로 국민을 위한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최악의 악수(惡手)를 두고 만 것이다.
민주당이 이 직무대행 탄핵에 나선 것은 사실상 내달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여권 우위'로 재편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문진은 여당에서 추천한 6명과 야당에서 추천한 3명의 이사들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이사진이 물러나면 여권 우위로 돌아서게 된다.
이에 방문진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통위원장에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방문진 이사진은 물론 방문진이 임명하는 'MBC 사장'까지 여권에 우호적인 인물이 들어설 것이라는 게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다.
이에 방통위를 무력화시켜 이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국민 민생과 직결된 방통위를 마비시키겠다는 것.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제1야당의 민낯이다.
◆文 정권 때 '방송장악' ‥ 지금까지 바통 이어
방송에 대한 민주당의 집착은 대단하다. 과거 세월호 사태로 야기된 '반정부 여론'을 등에 업고 정권을 차지한 민주당은 그 어떤 집단보다 방송·언론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집권 초 민주당발(發) 방송장악 문건이 불거졌고, 해당 문건에 적힌 시나리오대로 공영방송 경영진이 일시에 물갈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당시 '사장·이사진 퇴진 운동'은 표면적으로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주도했지만, 마지막 '해임의 칼자루'를 휘두른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후 KBS와 MBC가 마치 정권에 '보은'이라도 하듯 불공정·편향방송을 해온 것은 모두가 아는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민주당이 바라는 건 '현상유지'. 하나 남은 MBC만큼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는 앞으로도 '고장난 녹음기'처럼 불공정·편파보도를 무한 반복해 달라는 MBC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마찬가지로 탄핵소추 절차를 밟을 태세다. 이달 말에는 방송지형을 야권 우위로 만들 '방송4법 개정안'을 차례대로 처리할 계획이다. 정권은 뺏겨도 '방송 권력'만은 틀어쥐고서 '반정부 여론'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다.
방송뿐 아니라 통신 업무까지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 국민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하는 걸까. 민주당의 무소불위, 안하무인격 행보가 정도를 훌쩍 넘어선 양상이다.
브라이언 클라스(Brian Klaas)가 쓴 '권력의 심리학'을 보면 "자신이 강력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수록,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덜 쓴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마디로 '권력에 취한 자'는 타인과 공감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낀다는 것.
민주당의 최근 행보는 그야말로 '권력에 취한 자'의 전형으로 보인다. 민생은커녕 여당과의 협치조차 안중에도 없는 모습. 지금 손에 쥔 '한 줌의 권력'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광기'에 사로잡힌 모양새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손에 쥔 '권력' 역시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 그 민심이 무너지고 이반하는 건 한 순간이다.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면 모든 걸 그르치게 된다. 민주당이 자기 밥그릇보다 민생을 더 챙기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