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본인 결단" 주장… 총선 의식해 이해찬-이낙연 주도설… '스모킹 건' 나와 사퇴설
  • ▲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해찬·이낙연의 ‘종용’인가, 청와대의 ‘기획’인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14일 전격 사퇴를 ‘성사’시킨 주인공이 여권 고위인사 중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조 전 장관이 사퇴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검찰개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보겠다"며 강경한 의사를 밝힌 터라, 이날 사퇴 발표 배경을 두고 뭔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13일 오후 김조원 민정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조 전 장관의 거취에 대해 결심을 굳혔던 터여서 별 이견 없이 방향이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사퇴 발표 시점은 14일로, 오전에 조 장관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이어 오후 2시에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 이해찬·이낙연 '투톱 역할설'

    당·정 투톱인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총리가 '총대'를 메고 조 전 장관 사퇴 그림을 그렸다는 설이다. 이 같은 설을 뒷받침하는 것은 지난달 30일 있었던 이 총리의 국회 대정부질문 대답이다. 이날 이 총리는 '조국 장관 해임을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는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훗날 제 역할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뭔가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리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 후 단 둘이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조 전 장관 거취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는 설도 있다. 이날 저녁 이 총리는 정대철·권노갑 전 의원 등 정치 원로들과 만찬 자리에서 "조 장관이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받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온 이해찬 대표도 당내 여론을 종합해 '퇴진 불가피론'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치과 치료로 이가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다음날인 14일에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바로 발언을 넘겼다. 12일에는 공식 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메시지를 내기 곤란할 때 자주 쓰는 방식이 칭병(稱病)"이라며 "이 대표가 치아 치료를 이유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은 것도 청와대와 조 장관 거취에 대한 모종의 교감이 오갔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처지다. 이낙연 총리도 연말쯤 총리직에서 물러나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거나 서울 전략지 또는 세종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청와대를 떠받치는 당·정을 이끌어가는 이 대표와 이 총리가 '민심 악화를 더는 끌고 가선 안 된다'고 보고 문 대통령에게 결단을 건의했다는 분석이다.

    2.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에서 위기 인식… "결과 충격적"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사퇴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7일 수보회의 이후 실시된 정무수석실의 자체 여론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찬반, 문 대통령 지지율, 정당별 지지율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는 11일 전후 취합됐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동아일보'에 "결과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가 옳다'는 응답은 70%대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하락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지지율도 50%선 아래로 하락했고,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뒤처졌다. 문 대통령의 결심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3. 청와대가 날짜 주고 ‘사퇴 종용’설

    이 같은 정황에서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조 전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분석이 있다. "청와대가 조 전 장관에게 사퇴 날짜를 셋 주고 택일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보도다.

    조선일보는 15일 '민주당 친문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이 같은 분석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이 중 가장 이른 날인 '14일'을 골라 사퇴를 발표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청와대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과 잇따라 만나 "총선 전 여론 악화를 고려해 빨리 조 장관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는 "10월 안에는 정리된다. (10월) 말까지도 안 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날짜를 주고 사퇴를 종용한 적이 없다는 반론이다.

    4. 청와대-민주당은 "조국 스스로 결단" 강조

    청와대와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직후, 입을 맞춘 듯 "조국 전 장관 본인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4일 '인사권자의 의지가 확인 안 됐는데 본인이 결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이) 정부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판단도 컸던 것 같다"며 "미리 상의한 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조국 장관이 (사퇴 발표) 직전에 이해찬 대표에게는 연락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당에서는 청와대에 조 장관 사퇴 의견을 전달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5. 부인 정경심 검찰 조사에서 '스모킹 건' 관측도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한 검찰의 4차 조사에서 '스모킹 건'이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조 장관이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가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조국 장관이 검찰 수사로 가족이 곤란을 겪자 스스로 사퇴를 정했다"는 분석에 힘을 보탰다.

    일각에선 이 스모킹 건이 '정 교수의 노트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찰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가 자신의 승용차에 보관했던 노트북을 정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하지만 노트북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