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올려 "페미니즘 운운할 만한 사람 아니다" 고발
  • ▲ '미투(metoo)' 논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 씨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미투(metoo)' 논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 씨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27) 씨가 28일 당에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 불출마 방침을 밝혔다. 전 여자친구 A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한 지 하루 만이다. A씨는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원씨가 성 노리개 취급을 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원종건 씨 기자회견 열어 "당이 영입인재 자격 반납"

    원씨는 논란이 커지자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원씨는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면서도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원씨는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며 "그러나 제가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주목과 남들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남들 이상의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제가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부담을 드리는 일이다. 그걸 견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구나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다. 주장의 진실 여부와 별개로 함께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다.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원씨는 1분여 동안 성명문을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이 쫒아가 "어느 부분이 사실이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원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전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느낌표 <눈을 떠요>에 출연했던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원씨의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A씨는 "원씨가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혐(여성혐오)과 가스라이팅(정신적 학대)으로 괴롭혀왔다"고 폭로했다. 또 거부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고도 밝혔다.

    "아무렇지 않게 여성 몸평…페미니즘 운운할 수 있는 사람 아니다" 

    A씨는 원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정책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1년 가까이 교제하면서 원종건 씨를 지켜본 결과 그는 결코 페미니즘을 운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또 원씨가 여성을 아무렇지 않게 '몸평(몸매평가)'하고, 여자 직장상사를 성적으로 비하했다고도 주장했다. 

    원씨는 지난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목소리가 이 사회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반영률 자체는 실제 높지 않다. (페미니즘 이슈를) 언론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지, 이를 정치권에서 얼마나 정책과 법안으로 연결시키는지 점검해서 반영률을 오히려 높여야 한다. 그건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숙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9일 원씨를 2호 인재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1993년 출생인 원씨는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에서 근무했다. 민주당 영입 후에는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왔다. 민주당은 원씨를 영입하며 "2005년 MBC 방송 프로그램 '느낌표 눈을 떠요'에서 시각장애인 어머니가 개안수술로 시력을 되찾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진중권 "인재영입 쇼의 본질 본 것"

    정치권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이 영입한 인재들을 두고 그동안 "총선용 감성팔이 쇼"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집안의 어려운 형편과 환경 등 역경을 딛고 일어났다는 이른바 '인생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 까다로운 검증 절차 없이 다수 영입되면서 나온 말이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각종 성 추문과 미투의 끝이 어디인가 싶다. 가히 '더불어미투당'이라 불려도 오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오명은 민주당의 감성팔이식 쇼잉 인재영입이 불러왔다는 것을 직시하라"고 비판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당 회의에서 "민주당의 총선 후보 영입인사 사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검증이나 제대로 된 영입인지 의문"이라며 "원종건 씨의 미투 논란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미투 범죄자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아직도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투'와 별도로 원종건 사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정치의 이벤트화'라는 문제다. '인재영입' 쇼의 본질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 친구(원종건)가 민주당으로 가기 전에 동시에 두 군데에서 영입제안을 받았다는 SNS 글을 올렸다. 한국당과 민주당 중 자기가 어느 당으로 가야 할지 네티즌에게 묻고 있더라"며 "결국 정치를 시작하는 데서 이 친구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정책·철학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 강간 등 혐의로 원씨 고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원씨를 강간 등 상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준위는 "원종건이 피해자가 원치 않는데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게 하여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사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원종건이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사실 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되어 있었다"며 "원종건은 한때 국회의원에 출마하려 했던 사람으로서 국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진실을 알기 원한다. 이에 우리는 대검찰청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