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설명회에 美 의원 3명만 참석… "北비핵화가 먼저" 반응 시큰둥
-
미국 의회를 설득해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해 보려던 한국 기업들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의원이 한국 기업들의 주장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 ▲ 지난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포즈를 취한 개성공단 설명회 대표단.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등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하원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설명회는 브래드 셔먼(민주, 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이 개최한 것이었다.
“개성공단, 北정권의 ‘달러박스’ 아니다” 강변했지만...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의 평화·안보·경제적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이번 설명회에 참석했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성공단의 가치를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제도, 조세제도, 임금 수준, 근로자 숙련도 등 모든 부분에서 개성공단은 세계 최고의 경제적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골간이 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시장화를 접목시키고 있다. 북한이 완전히 자유시장경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회주의 경제가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에 시장화를 접목시켜 일부 문제를 보완할 수는 있다”면서 “북한의 개방화를 촉진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해야 개성공단 재개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많은 미국 의원들 입장”이라는 미국의 소리 측 질문에 김 이사장은 “그런 주장은 ‘개성공단은 (북한 정권의) 달러 박스’라는 잘못되고 왜곡된 인식을 전제로 한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한국 기업들은 북한 당국에 달러로 임금을 지급하고, 북한 당국은 북한근로자들에게 일한 시간만큼 ‘상품공급권’과 북한 돈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달러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에서 지불하는 임금은 100% 북한 근로자들의 민생 목적으로 쓰여진다”며 “개성공단도 비핵화도 모두 평화를 위한 것으로, 이 둘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비핵화도, 개성공단 재개도, 종전선언도 같이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달러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법은 쌀이나 분유 같은 생필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게 가장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노동의 대가로 쌀 같은 생필품을 주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
김 이사장은 끝으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오해 정도만 풀 수 있었다면 이번 설명회는 성공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 ▲ 브래드 셔먼 미국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개로 북한이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브래드 셔먼 의원 ㅊ플릭커 공개 사진.
美 하원의원들 “개성공단 가동은 北 비핵화 합의의 일환일 뿐”
하지만 미국 하원의원의 반응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브래드 셔먼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개성공단이 가동돼도 북한 당국이 금전적 이익을 전혀 얻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 뒤 “제 생각은 개성공단 가동을 북한 비핵화 합의의 일환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북한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수준이었다.
셔먼 위원장은 “미국 정부도 늘 미국인들의 임금에 많은 세금을 물리는데, 북한 당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개성공단 재개로 북한 당국이 금전적 보상을 전혀 안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 될까”라는 질문에도 “현재 상황으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렇다’고 할 것”이라고 답했다.
셔먼 위원장은 “김정은 정권이 한미동맹 분열보다 더 원하는 것은 없다”면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서도, 그리고 다른 사안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 전반에 걸쳐 일치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美하원 개성공단 설명회, 의원 300명 초청했지만 3명 참석
셔먼 위원장은 “다만 모두가 (북한의) CVID 방식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저는 북한이 오랜 기간 철저한 감시 아래 소량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이번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개성공단 설명회에는 김진향 이사장 외에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이희건 ㈜ 나인 대표이사 등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7명도 동행했다.
당초 개성공단 설명회에는 하원의원 300명이 초청됐다. 때문에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기대를 품고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실제 참석한 하원의원은 브래드 셔먼 위원장 외에 주디 추 의원(민주, 캘리포니아), 앤디 김 의원(민주, 뉴저지) 등 3명에 불과했다. 이들 또한 도착 시간이 늦어 설명회는 당초 예정했던 시간보다 40분 늦게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