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회의서 상황 개선 홍보…"제재 완화 위해 식량 사정 악용" 지적
  • ▲ 북한 농촌의 모내기 모습ⓒ[사진=연합뉴스]
    ▲ 북한 농촌의 모내기 모습ⓒ[사진=연합뉴스]
    국제 기구를 비롯해 한국 정부가 북한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내세우며 식량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북한은 식량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고 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정권이 식량 부족 사태를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 시간)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에 관한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UPR)회의에서 북한 식량난과 주민들의 영양실조 문제가 제기됐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했던 북한 대표단의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은 "국가 차원의 농업 개발 전략에 힘입어 북한의 농업 생산량이 증가해오고 있으며 식량 공급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양곡 판매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비록 단기간 내에는 힘들지 몰라도 식량 문제가 결국 해소될 것"을 시사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대북 식량 지원의 필요성으로 거론되는 어린이를 비롯한 취약 계층의 영양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 보건성 관계자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두유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식량 문제를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식량난을 호소하며 국제 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식량난의 원인이 대북 제재에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또한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의 목표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량난이 정말 심각해 주민들을 염려한다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조사 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북한 당국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북한 정권이 식량 문제를 정치화 시켜 대북 제재 완화라는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17일 북한의 취약 계층을 위해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 (약 95억원) 공여와 함께 대북 식량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북한의 주요 매체 중 어디에서도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언급한 곳은 없었다고 VOA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