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劉 전 대표 팬미팅…"사보임 철회, 당장은 부끄럽겠지만 옳은 결정될 것"
  •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가 주최한 팬미팅 '유앤미'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호영 기자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가 주최한 팬미팅 '유앤미'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호영 기자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김관영 원내대표의 자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오신환·권은희 의원의 연속 사·보임과 관련해 "제정신이 아니고 정상이 아니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해를 못하겠다"고 작심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27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가 주최한 팬미팅 '유앤미'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뭘 위해 당헌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질러가며 이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보임은 (김 원내대표에게) 정치적으로 자산이 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본인의 굉장히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이성을 되찾고 사·보임 원위치하면 당장은 부끄럽겠지만 결국 옳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25일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릴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을 보인 자당 사개특위 위원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패스트트랙 찬성 측인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유 전 대표를 위시한 당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을 추인한 23일 의총에서 표결 전 김 원내대표 "기존 위원을 사·보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하루 만에 어겼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 전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원위치하면 임기까지 정상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결국 패스트트랙이 통과되면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잘못을 저지른 원내대표가 그만둬야지 왜 당이 쪼개지느냐"고 반문했다.

    "정의당, '선거제 패스스트랙' 목숨 걸었다"

    이날 유 전 대표의 지지자와 당 관계자들은 성암아트홀 3층 약 200석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바른정당계 이혜훈·유의동·지상욱·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도 자리했다.

    지지자들의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연단에 선 유 전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며 "요즘 국회가 왜 저러고 있는지 패스트트랙이나 사·보임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반장선거'와 '축구 경기'를 예로 들기도 했다. 유 전 대표는 "두 팀이 축구 경기를 하는데 힘 센 사람들(경기력 좋은 팀)이 합의 없이 룰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선거제를 바꾸고나면, 나중에 어느 다수가 또 자기 마음대로 선거제를 고치려고 할 때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은 국회의원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 있지만, 국민 대표를 뽑는 룰의 문제를, 어느 시점에 다수를 점하고 있는 어느 세력이 (규칙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이 통과되면 정의당이 제일 좋아질 거라는 건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문재인 정부는 시간이 흐를 수록 인기가 떨어질 것이고, 내년 총선 이후 민주당이 지금 만큼 힘을 못쓰게 되면 민주당이 정의당이 확보할 의석과 합쳐 연립권력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에) 목숨 걸었다"고도 했다.
  • ▲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7일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가 주최한 팬미팅 '유앤미'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호영 기자
    "쉽고 편한 길 걷지 않겠다" 劉, 탈당·복당설 선 그어

    바른미래당 내홍이 연일 정치권 화두가 되면서 제기되는 유 전 대표의 탈당 및 한국당 복당설에 대해서도 그는 "계속 이 길을 걷겠다"며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쉽고 편하고 계산기 두드려서 거저먹고, 더 맛있어보이고, 더 이익이 많아보이는 길로 가지는 않겠다"며 "지금은 어렵더라도 나중에 더 크고 좋은 결과가 있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중이고, 이 길에서 성공하면 나라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바른정당계 중)내년에 조금 더 큰 당에서 편하게 공천이나 받겠다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바른미래당에서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분들과 똘똘 뭉쳐서 가면 그 결과는 진짜라고 생각하고, 그럴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 달라"며 지지들의 지속적인 성원을 요청했다. 지지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바른정당계-孫金지도부 불신 격화…"김관영, 숨 쉬는지도 못 믿겠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의원들의 불신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설령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철회하더라도 이미 다수 의원들의 마음에 깊은 앙금이 남았다. 손학규·김관영 지도부를 향해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바른정당계와 지도부가 향후 뜻을 함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지상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에 대해) 사과를 했으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조치가 없다. 민주당 시간 벌어주는 것 같다"며 "이건 (민주당) 2중대가 아니라 본부중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이제가지는 김 원내대표가 숨을 쉬는 것만 믿고 나머지는 못 믿는다고 했는데 어제(26일)부터는 숨을 쉬고 사는지도 못 믿겠다"며 "거짓을 밥먹듯 하면서 본인이 점점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건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보임 철회 안 하면) 분명히 퇴진시킨다고 했다"며 "종말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자리에 참석한 하태경 의원도 "패스트트랙 통과되면 정의당은 23석까지 나올 수 있다. 친(親)문재인 세력과 좌파가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등 구조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꼼수"라며 "손 대표 등은 뭣도 모르고 들러리 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의회 쿠데타에 공모한 사람들은 당내에서라도 심판할 것이고, 총선에서도 단죄해야 한다"며 "친문좌파 연합의 부당한 의회 쿠데타를 단죄하고 막는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