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동원, 외국계 주주와 연합해 주총서 오너교체" 김경수에 보고… 文 연설에 반영
  • ▲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DB
    ▲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DB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제동이 걸리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 판결문이 다시 주목받았다. 1심 판결문은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불법 댓글조작과 재벌개혁을 논의했다”고 적시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이라는 드루킹 일당의 계획을 실현시켜 줬다고 지적한다. 드루킹의 ‘생각’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드루킹은 지지자일 뿐, 친분이 없다”는 김 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따라 이사 선임과 해임을 특별 결의사안으로 분류하고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66%)의 동의를 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을 도입한 이후 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사례다.

    “김경수 의뢰로 드루킹이 재벌개혁 보고서 작성”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의 의뢰로 ‘공동체(경공모)를 통한 재벌개혁계획’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1심 재판부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2017년 1월 국회 근처 식당에서 만나 해당 보고서를 김 지사에게 전달했으며, 내용 중 일부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재벌개혁 관련 연설에도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서 드루킹은 경공모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2018년 3월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 대비해 다수의 재벌 핵심 기업 의결권 취합에 들어가 재벌 순위 1~20위의 3~5개 재벌 기업 오너를 교체해 1차 재벌개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드루킹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적극 행사와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찬성하는 외국계 주주의 연합전선을 구성한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외국계의 요구으로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에 찬성한다면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도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내용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 '드루킹' 김동원씨. 뉴데일리 DB
    ▲ '드루킹' 김동원씨. 뉴데일리 DB
    1심 재판부는 “드루킹은 김 지사가 문 후보의 기조연설문에 경공모의 재벌개혁계획 보고 내용을 반영해준 것을 보고 경공모의 경제민주화 목적 달성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文 정부, ‘재벌 해체’ 드루킹 꿈 이뤄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재벌개혁이라는 드루킹 일당의 목적을 이뤄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드루킹은 구속됐지만 드루킹 일당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액 637조원 중 약 17%인 109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지분 10% 이상을 보유했거나 보유비율이 1%가 넘는 기업에 대해 의결권 방향을 사전에 공시한다. ‘큰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들에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가가 직접 나서 경영을 통제하고 경영권까지 빼앗는 건 불법으로 대선 댓글조작을 획책한 드루킹의 아이디어”라며 “국민연금을 장악해 기업을 통제하자는 드루킹의 계획이 이 정권에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는 “김경수 1심 판결에서 드루킹의 경공모는 재벌의 주총에서 연기금 의결로 재벌 해체를 실현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구금된 드루킹의 꿈이 문재인 정부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 특검 재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특검이 필요하다. 보고서에 적시된 계획이 2018년이 아닌 2019년에 벌어지고 있다”며 “드루킹은 몸만 들어갔고 사건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