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간담회서 '양국 교류' 대신 '남북' 강조… "변화 못읽어" "4.3 보선 회피용" 분석
  • ▲ 베트남을 방문중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에메랄드홀에서 열린 '하노이 한인회 교민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베트남을 방문중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롯데호텔 에메랄드홀에서 열린 '하노이 한인회 교민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장소인 베트남에서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무산되고, 남·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놓인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25~27일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 대표가 소화한 베트남 방문 일정을 보면 삼성전자 제1공장 시찰, 교민과 만찬, 호치민 전 국가주석 묘소 방문, 쩐 꾸억 브엉 베트남공산당 상임서기와 만남, 베트남공산당과 정당 간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이다. 이밖에 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면담도 가졌다.

    이번 이 대표의 베트남 방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제시한 신남방정책을 지원한다는 취지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수준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개국 수준까지 격상하는 것이 골자다.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이 대표는 25일 출국하며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이자 동남아 국가 중 가장 잠재 가능성이 큰 나라”라며 “지난해 12월 베트남 부총리가 민주당을 방문해 집권여당끼리 교류협력하는 MOU를 맺자고 요청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양국의 공공 외교에도 많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북회담 뒷받침 위해 계획된 방문” 분석도  

    하지만 이 대표의 베트남 방문이 미북회담 전부터 계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미북회담 후속조치의 일환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성공을 예상한 여당이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려 남북관계와 연결짓는 분들이 있는데 (이번 방문은) 한·베트남 교류를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발언은 ‘한-베트남 간 교류’보다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였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경제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25일 교민간담회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지 못했지만 대화가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남북관계를 잘 풀어나가, 우리에게 주어진 평화공존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70년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공존의 한반도시대를 연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고,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올 가을 한국에서 열리면 한-베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남북 경제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유엔 제재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촘촘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인내심을 갖추고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면서 경제협력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는 제재 나서는데… 국제사회 흐름 파악 못해” 비판 

    이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재보궐 앞두고 당대표가 외유를 간 것에 대해 안 그래도 말이 많은데, 가서 한다는 말이 ‘미북 설득해 남북경협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냐”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철회한다고 했다가, 어제(26일) 미 국무부가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여당이 국제사회 흐름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권의 한 관계자도 “북한이 연락사무소 철거를 일방통보한 게 엊그제다. 북한의 몽니가 다시 시작된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국과 공조해 북한을 압박해도 모자를 판에, 설득까지 해가며 북한에 퍼주자는 말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4.3보궐 회피용 해외출장" 비판도

    한편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이번 베트남 방문이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려는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는 4·3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나올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피해 ‘회피용’ 베트남행(行)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 대표의 해외출장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이 대표가 정의당을 통해 선거 대리전을 뛰게 하고 ‘외유’를 떠났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집권 여당이 국회 의석 5석의 미니 정당에 후보를 내주고 자신들은 발을 빼려고 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공개적으로 양보하지, 왜 단일화 과정으로 유권자를 속이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