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휴대폰 복구 불가' 거짓의견서 낸 변호사도 함께 입건
  • ▲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정준영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가수 정준영(30) 씨가 과거 ‘몰카 사건’으로 피소됐을 때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경찰관이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 정씨의 ‘몰카 사건’ 담당 경찰관이었던 A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당시 정씨의 변호사 B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6년 당시 여자친구 C씨에게 고소당한 직후 고장난 휴대폰을 고치겠다며 한 사설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업체에 증거물인 휴대폰을 맡겼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에 ‘기계가 노후돼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써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고, B씨는 ‘휴대폰을 복원할 수 없다’는 거짓 의견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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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6일 C씨는 “정준영이 지난 2월쯤 자신의 신체 일부를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했다”며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며칠 뒤 C씨는 “정준영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소취하 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은 “정준영이 카메라 등을 이용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자 당시 정씨의 소속사(C9엔터테인먼트)는 “오해가 생겨 벌어진 일”이라며 “비친고죄 특성상 혐의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에 송치된 것뿐이며, 현재 검찰에서도 정씨에 대한 추가 조사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재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정준영 휴대폰’의 삭제된 영상기록을 복원했으나, 같은 해 10월6일 “휴대폰 분석 결과, 피의자가 고소인의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는 영상이나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고, 촬영 전후 상황에 대한 고소인의 진술이나 태도로 볼 때 피의자가 고소인의 의사에 반해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정준영, 멀쩡한 핸드폰을 '고장났다'고 거짓 진술

    지난 13일 방송된 SBS '8시뉴스'에 따르면, 휴대폰으로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당한 지 12일이 지난 2016년 8월18일, 정씨는 서울 강남의 한 휴대전화 복원 업체를 찾아가 복원을 의뢰했는데, 당시 정씨의 변호사가 업체에 제출한 휴대폰 복구의뢰서에는 휴대폰 상태가 '정상'으로 표기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틀 뒤인 8월20일, 경찰에 출석한 정씨는 "휴대폰이 고장났기 때문에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정씨 사건 담당 수사 경찰관은 "그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을 (분실했다가) 찾았다고 해서 '어디 있느냐, 숙소에 있느냐' 물어보고 '가방에 있느냐' 그러니까, (정씨의)변호사가 그제야 '○○업체에 의뢰했다'고 말했다"고 SBS '8시뉴스' 측에 털어놨다.

    SBS '8시뉴스'는 "끝내 (정씨의 변호사는) 휴대폰이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경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정씨 측의 말만 듣다 결국 수사 내내 정씨의 휴대폰은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경찰은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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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에 따르면, "휴대폰이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는 놀랍게도 수사해야 할 경찰이 서울 강남의 휴대전화 복원업체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BS '8시뉴스'는 "2016년 8월22일, 정준영 사건 수사를 맡은 한 경찰관이 휴대폰 데이터 복구를 한창 진행하던 업체에 전화를 걸어 '어차피 본인(정준영)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업체에서 데이터 확인해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돼서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하나 써주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포렌식 업체 측은 "저희도 어쨌든 하는 일이 그런 거라 절차상 행위는 좀 있어야 되고, 왜 안 되는지도 얘기해야 되니까 좀 그렇다"고 거절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씨의 변호인은 '휴대폰이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포렌식 결과는 받아보지도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