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신보 '쇼팽 녹턴 전집' 발매…12일부터 솔로 리사이틀 투어 시작
-
"우리 여기 앉아서 귓전으로 스며드는 음악 소리 들어보자. 고요한 밤에는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게 제격이야."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중)피아니스트 백건우(73)가 2013년 슈베르트 앨범 이후 6년 만에 발매한 신보 '쇼팽: 녹턴(야상곡) 전집'에 담긴 문구다.직접 문장을 선택한 그는 "예전부터 연주자들에게 울림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쇼팽 야상곡과도 잘 어울리고요. 야상곡을 들을 수 있는 있는 마음의 자세를 만들어 준다고 할까. 몇 단어로 아름답고 풍부하게 표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해요"라고 말했다.새 앨범과 함께 돌아온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12일 오후 8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솔로 리사이틀 11개 도시 투어와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를 펼친다.그는 이번 순회 연주에서 쇼팽의 4·5·7·10·13·16번과 즉흥곡 2번, 환상 폴로네이즈, 왈츠 1·4·11번, 발라드 1번을 들려준다. 4월 2일 예정된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와의 협연에서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야상곡 21곡 가운데 대표적이고 무게가 있는 곡들로 구성했어요. 환상 폴로네이즈는 쇼팽의 곡 중에서 가장 훌륭하면서 해석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2부 시작을 야상곡으로 하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어서 아주 밝은 화려한 왈츠로 시작합니다."백건우의 이야기가 시(詩)처럼 들렸다. 특히, 201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끝없는 여정' 당시 체력적인 문제로 미스터치(Misstouch)가 많았다는 지적에 대해 스승이었던 로지나 레빈(1880~1976)의 일화를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미스터치 없는 연주회는 없어요. 인간이기 때문에 늘 있기 마련이죠. 레빈 선생은 레슨 전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먼저 나눠요. 이 학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생활 수준이 어떤지, 연주자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귀 기울이셨어요. 한 학생이 미스터치에 대해 언급하면 '넌 연주를 들은 게 아니라 미스터치를 들었구나' 하셨어요."
-
백건우에게 쇼팽의 인연은 매우 깊다. 8살 때 아버지와 함께 클래식 음악다방에서 들었던 곡을 집에 돌아와 그대로 따라 쳐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해준 곡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15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가졌던 독주회도 쇼팽 작품으로 꾸며졌다.백건우는 최근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한 앨범에 대해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쇼팽 '녹턴(야상곡)' 악보가 있길래 훑어봤는데 굉장히 새롭게 나타나더라고요. '새로운 야상곡을 만들수도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 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쇼팽을 가장 가깝게 그려보고 싶어 '야상곡'을 골랐다고 덧붙였다."쇼팽은 큰 홀에서 연주하는 걸 싫어했어요. 조그만 살롱 같은 곳에서 친구들 앞에서 자기 곡을 치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죠. 쇼팽의 연주는 어떨 땐 너무 조용해서 잘 안들렸지만 감동은 더 컸다고 전해져요. 콘체르토, 소나타, 발라드, 폴란드 대곡도 많지만 쇼팽이 하고 싶은 말은 야상곡에 있지 않나 해요."지난해 9월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녹음한 이번 앨범은 통상적으로 배치하는 작품번호 순서가 아닌 백건우의 스토리텔링이 기반이다. 녹음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소리다. 베토벤, 프로코피예프 곡의 경우 소리를 만들어서 연주해야 하지만 쇼팽은 피아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리와 울림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작곡가가 순서대로 연주하길 바라고 곡을 쓰지 않아요. 한 곡, 한 곡에 충실할 뿐이죠. 전곡을 한다고 해서 1번부터 차례대로 칠 필요가 없어요. 의미가 없죠. 연주자로서 곡 흐름을 생각하는데, 이 곡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갔을 때 해당 곡을 잘 살리고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2019년 공연 주요 일정3월 12일(화) 마포 아트센터, 16일(토) 군포문화예술회관, 17일(일) 여주세종홀, 19일(화) 과천시민회관, 20일(수) 광명시민회관, 22일(금) 부산, 26일(화) 용인포은아트홀, 29일(금) 안동문화예술회관, 30일(토) 경기도문화의전당, 4월 2일(화) 롯데콘서트홀, 10일(수) 춘천문화예술회관, 12일(금) 대구봉산, 20일(토) 안산예술의전당[사진=유니버설뮤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