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립선 암으로 수술... "잘못된 기소 바로 잡아야" 입원 중 변론
  • ▲ 강훈 변호사ⓒ뉴시스
    ▲ 강훈 변호사ⓒ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 재판에 대한 책임 의식이 아픈 몸을 이끌고도 재판장에 나오게 했다."

    27일 오후 1시 55분께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303호 법정에 입장했다. 이날은 재판부 변경에 따라 향후 재판일정 등을 새로 정하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3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열림' 강훈(65) 변호사도 재판장에 들어왔다. 남색 정장에 하늘색 계열 넥타이 차림의 단정한 모습이었지만, 강 변호사의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입장할 때 서류가방을 드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보다 수척, 오른손엔 소변주머니… 암투병 중 재판 참석

    강 변호사의 얼굴도 이전보다 확연히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재판 과정에서도 평소보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변호인석에 앉아 있는 것도 힘에 부친 듯했다. 낮은 목소리에, 변론 도중 힘에 겨운 듯 중간중간 말을 멈추기도 했다. 앞선 재판에선 강조할 부분에선 강한 어조로, 논리적 설명이 필요할 땐 차분한 어조로 변론을 이어가던 모습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증이 몰려 오는 순간, 앉아 있던 강 변호사 오른손에 무언가 들려 있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환자들이 휴대하는 '소변주머니'였다. 강 변호사가 재판 후 황급히 자리 떠나 남아 있는 변호인단에 물어보니 "강 변호사님이 암 투병 중이신데, 오늘 병원에서 외출 허가를 받고 재판장에 나오신 것"이라고 했다.

    보름 전 암수술을 받은 강 변호사는 수술 닷새 후부터 공판에 있을 때마다 매번 법정에 출두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상처가 덧나고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의료진의 강력한 만류도 강 변호사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다는 게 변호인단의 전언이다.

    재판 후 어렵게 강 변호사와 인터뷰가 성사됐다. 강 변호사는 "뭐 그런 걸 이야기하냐"며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수차례 요청 끝에 강 변호사는 "최근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했다.

    강훈 "중요 재판 1년간 이끌어온 책임감"

    환자가 어떻게 재판장에 나오게 됐냐는 질문에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재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도저히 나가지 못할 상황이라면 병원 외출도 하지 못했을 텐데 회복 상태라 재판에 참석했다"며 "재판이 정말 중요하고 1년간 재판을 이끌어온 책임감도 있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법무비서관으로 모셨던 개인적 인연이 있다"며 "퇴임 뒤 대통령과 비서관이 만나는 모임에서 가끔 만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강 변호사의 '의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 변론을 맡을 당시 일화도 있다. 강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 대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자고 제안하자, 바른운영위원회가 이를 거절했다. 강 변호사가 자신의 조직원들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것은 단순히 이 전 대통령의 변론 거절이 아니었다. 바른의 일부 변호사들이 강 변호사를 향해 이 전 대통령 변론을 맡을려면 대표직을 사임하고 나가라고 요구한 것이다. 

    바른의 한 변호사는 본지에 "당시 이 전 대통령 변론을 맡으면 안된다는 내부 이야기가 많았다"며 "강 변호사가 MB변론을 맡겠다고 하자 일부 변호사들은 '나가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강 변호사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나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바른 변호사 "나가라" 요구에 사표 던져

    법무법인 바른을 퇴사한 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사건 수임을 위해 법무법인 '열림'을 만들었고, 현재까지 약 1년 동안 이 전 대통령 재판을 맡고 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진술만 있고 증거는 없다.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을 위배한 무리한 기소"라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피고인이 있는 재판은 사법 역사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심리가 필요한데 검찰이 급하게 심리를 마무리하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귀기울여 구속기간에 얽매이지 말고 핵심증인들의 증언을 들은 후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