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71년 역사상 초유의 상황…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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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겼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검찰은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 이후 8개월여에 걸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와 관련한 내용을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 사법부의 역점 사업에 청와대의 지원과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같은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봤다.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은 △법원의 이익 도모를 위한 재판개입 △법원 내외부의 비판세력에 대한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 및 집행 등 4개 부분에서 총 47개다.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헌재에 파견된 법관을 통해 재판관 평의와 동향 등을 보고·전달하도록 지시하고, 일선 법원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 결정을 취소 및 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양승태 사법부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이나 정부정책을 비판한 판사에게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최선호 희망지에서 배제하는 등 문책성 인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및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들의 비위를 은폐 및 축소하고, 영장재판에 개입을 시도했다는 혐의 등도 있다.아울러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5년 12월 사이 각급 법원에 공보관실 운영비를 허위로 신청해 3억 5000만원을 배정받았다. 이 자금은 일선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에게 양 전 대법원장 명의의 격려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급결의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추가됐다.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전 소환조사 때부터 “실무진이 한 일이기 때문에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검찰은 이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양 전 대법원장의 공범으로 이날 불구속기소했다. 먼저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추가 기소했다.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되면서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0여명 가운데 나머지는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달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대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