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대상 품목… 통일부, 두 달 지나도록 제재 위반 파악 못해라
  • ▲ 지난해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만수대 창작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11월 중순 통일부 관계자와 함께 방북했던 해외교포 기업인들이 대북제재 대상인 ‘만수대 창작사’의 그림을 구입해 들어오다 적발됐다고 <조선일보>가 16일 보도했다. ‘만수대 창작사’는 미술작품을 해외에 팔아 김정은 정권 통치자금과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해외교포 기업인 80여 명을 비롯한 96명이 지난해 11월 15일 중국 선양을 거쳐 평양에 갔다. ‘2018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해외동포 기업인 평양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통일부는 해외교포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고, 산하 단체 ‘남북교류협력지원협의회’ 관계자,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만수대 창작사’의 그림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들 일행은 평양에서 행사를 마치고 11월 18일 중국 선양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다시 입국했다. 세관은 만수대 창작사 그림 20여 점 등을 적발, 유치했다가 돌려줬다. 당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중국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어 세관이 선양에서 출발한 여객기 승객의 휴대품을 모두 검사한 결과였다.

    '만수대 창작사' 그림 본 국정원·경찰 "이적성 없다"며 압수 안 해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경찰·세관은 합동신문을 거쳐 ‘만수대 창작사’ 그림에 이적성은 없다고 보고 압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외교포 기업인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의회 관계자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신문에 따르면, 해외교포 기업인들은 “만수대 창작사가 제재 대상인지 몰랐다”거나 “동행한 사람들이 구입해도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기업인은 남북교류협력지원협의회 회장이 앞장 서 그림을 샀고, 주저하는 기업인에게 그림 구입을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인사는 “(세관에 적발된 그림은) 내 것이 아니라 지인들의 그림을 맡아준 것”이라며 “그림 구매는 안 된다고 사전 공지를 했다. 일부 참석자가 몰래 구매한 것은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통일부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상황파악을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통일부 핵심 관계자는 “실무자들은 알지 몰라도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대북제재 위반 사실을 통일부가 몰랐다는 소리가 된다.

    ‘만수대 창작사’의 그림을 구입한 해외교포 기업인들은 ‘세계한인상공총연합회’ 소속으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초청을 방북했었다. 이들은 당시 3박 4일 동안 북한에 머물며 투자 기회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한인상공총연합회’는 68개국 246개 한인상공단체와 경제인들이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말 기준 일본 11위 부호 한창우 마루한 그룹 회장이 단체를 사실상 이끌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