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식 KBS이사 "적폐 청산한다며 갈등만 키워…상반기 적자 440억, 연말 1000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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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사장이 향후 3년간 KBS를 더 이끌게 됐는데요. 저는 KBS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양 사장 임기 내에 KBS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현재 KBS가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광고 수익이나 시청률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천영식(53·사진) KBS 이사는 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0월 31일 양승동 현 사장이 KBS 차기 사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KBS의 미래가 더 암울해지고 말았다"며 "지난 7개월간 사내 갈등을 조장하고, KBS를 퇴행시킨 장본인이 또다시 '사장'이란 타이틀을 달게 됐다는 사실에 심각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고수익 반토막… 상반기 적자만 440억"
"양승동 사장이 KBS 사장으로 선임된지 7개월이 흘렀는데요. 소위 '적폐청산'만 하다가 한 해가 다 가버린 것 같습니다. 그동안 뉴스 시청률은 바닥까지 추락했고, 적자폭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상반기에만 441억 적자가 났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가다간 올해 적자 규모가 1,000억원 대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천 이사는 "제가 앞으로 3년 이내에 KBS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린 것도 결코 빈 말이 아니"라며 "원래 연간 5,000억~6,000억원대를 유지했던 광고 수익이 3,6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1,000억원이 더 빠지면 2,600억원대까지 내려가 종편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밝혔다.
"JTBC 연간 광고가 2,000억대 수준인데요. 2,600억이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한때 국내 최고 방송사를 자부하던 KBS가 일반 종편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겁니다. 다행히 수신료가 6,000억대를 유지하고 있고 재전송료나 프로그램 판매 등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지, 광고 수익만 놓고 보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광고 수입이 급감하는 동안 '시청료거부운동'까지 일어나면, 말 그대로 '시체방송'이 되는 겁니다.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까 우려스럽습니다."
"6000억대 수신료로 간신히 버티고 있어"
또한 천 이사는 "'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의 발전, 그리고 민주적 여론 형성에 이바지해야 하며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성별 간 갈등을 조장해선 안된다'고 방송법 5조에 명시돼 있는데, 양 사장 취임 이후 되레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월 31일 KBS 사장 후보들을 상대로 면접 심사를 진행할 당시 양승동 사장에게 '그동안 KBS가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성별 간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양 사장은 '예기치 않게 갈등이 일어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항상 임원회의에서 프로그램이 공정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해왔다'며 은근 슬쩍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천 이사는 "양승동 사장이 여러 가지 약속은 많이 하셨는데 제대로 실천하신 게 없는 것 같다"며 "지난 2월에도 '새가 날려면 좌우 날개의 균형을 맞춰야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해 놓고선 이번에 제가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묻자 '저와 간부들 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나름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기본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성의 없는 대답만 늘어놓으셨다"고 말했다.
"양승동 사장이 7개월 전 정책발표회에서 '진보·보수 목소리가 같이 담겨 충분히 토론되고 걸러져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요. 과연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대로 노력을 하셨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를테면 김제동씨에게 시사프로그램 MC 자리를 줬다면 우파 인사에게도 동일한 기회를 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시민들 들러리로 전락시킨 시민자문단 대폭 보완을"
천 이사는 "시민자문단 평가제에 대해서도 일부 이사들과 얘기를 나눴지만, 결국 우리가 우려했던대로 시민들이 들러리를 서는데 그치고 말았다"며 "시민들이 어느 후보에게 몇점을 줬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무조건 시민들이 뽑았다고만 선전하고 있는데, 실상은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이 아닌, 다수 이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장 선임이 이뤄지는 지배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 이사는 "지금 KBS가 위기 상황이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증폭돼 있는 가운데 정작 책임을 져야할 양승동 사장이 연임될 수 있었던 건, 여권 이사들이 양 사장에게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데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차후 동일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KBS의 지배구조를 타파하는 관계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