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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이 저작권 시비에 휘말렸다. 탈북시인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가 "영화 ‘공작’의 내용 중 일부가 자신의 저서를 무단으로 인용했지만 사전 저작권 관련 협의가 없었다"며 법적 소송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저작권 논란이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동원 500만 명을 기록한 영화 '공작'의 하반기 흥행가도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장 대표는 4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영화 ‘공작’이 자신의 저서 리얼스토리 ‘경애하는 지도자에게’를 불법 도용했는데도 사과의 전화 한 통도 없다”며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상영중단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500만 명 정도 관객을 동원한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진성, "영화 공작 상영중단 소송 들어갈 것"
2014년 9월 영국출판사 ‘랜덤하우스'에서 발간한 ‘경애하는 지도자에게(Dear Leader)'는 장 대표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 산하 101연락소에서 근무한 뒤 2004년 탈북하는 과정을 기록한 수기이다. 김정일의 사생활과 북한지도층의 부패, 열악한 북한인권상황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정일과의 첫 만남과 탈북동기(제1장), 함께 탈북을 결심했던 절친한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제2장), 우여곡절 끝에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자유를 찾게 되는 파란만장한 저자의 여정(제3장) 등 총 3장으로 구성됐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영국에서 온라인서점 아마존 아시아 전기물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미국 NBC와 CNN, 영국 BBC, 더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USA투데이, 이코노미스트 등 서구 언론도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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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 '인용' 인정... 제작사,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답할 게 없다"
장 대표가 영화 ‘공작'이 불법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장면은 자신의 저서의 첫 장인 ‘김정일과의 첫 만남' 부분이다. 그는 “김정일과 만나기 전 손을 씻는 장면이나 시계를 벗어놓는 장면, 김정일의 별장에서 대기하는 장면, 대기하는 과정에서 강아지가 발을 핥는 장면 등이 자신의 책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 영화를 만든 윤종빈(40) 감독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윤 감독은 지난 7월 3일 압구정동 CGV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영화 내용 중 김정일이 키우는 강아지가 등장하는 부분에 대해 “북한 관련 서적 중, 탈북시인 장진성이 쓴 '경애하는 지도자에게'라는 회고록에 시인이 김정일과 만났을 때의 기록을 상세하게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인용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장진성씨)가 김정일 별장에서 대기하는데, 강아지가 먼저 들어와서 발을 핥았다고 쓰여 있었고, 실제로도 김정일이 별장마다 시츄, 말티즈 등의 반려견을 많이 키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영화제작사 측이 장 대표의 ‘허락' 없이 책 내용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영화에 저의 책 내용을 인용한 것을 두고 제작사 측이 저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었으면 이렇게까지 초기에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작가 허락도 받지 않은 도용은 문화인의 양심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감독이 이미 내 책을 인용했다고 시인한 만큼 제작사 측에서 발뺌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해외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 판매 중단 같은 해외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책에 대한 모든 미디어 판권을 갖고 있는 해외 에이전트가 영화 ‘공작’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검토중”이라면서 “영화 ‘공작’의 해외 판매와 상영중단,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과 달리 외국은 미디어 판권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면서 “공작에 대한 해외 판권을 모두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화제작사 측은 답변을 회피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월광’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작가와 저작권과 관련해 사전 협의를 했느냐'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