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조폭·경찰·정치인 '삼각 커넥션' 그려… 이재명 지사 측 "조폭과 무관" 주장
  • ▲ 영화 '아수라' 스틸 컷. ⓒ 네이버 영화
    ▲ 영화 '아수라' 스틸 컷. ⓒ 네이버 영화
    "실상을 말씀드리면 아마 믿지 못하실 겁니다. '아수라'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그 스토리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하고 너무 똑같아요."

    지난 2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조폭과 권력 파타야 살인사건, 그후 1년' 편이 전파를 타면서 지난 2016년 개봉된 영화 '아수라'가 뒤늦게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정치권과 폭력 조직간의 유착 관계를 설명하던 한 정치권 인사는 "영화 '아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이들이 연루돼 전개되는 사건들이 지금 (성남시에서)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너무 흡사하다"고 말했다.

    ▲조직폭력집단(성남국제마피아) 조직원들이 각종 정치 행사에 참여하고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민간단체가 성남시에서 예산을 지원 받는가 하면 ▲성남시장이 변호사 시절 조직폭력배를 변호하고 ▲경찰이 조폭의 뒤를 봐주는 기막힌 현실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영화 속 설정과 기묘할 정도로 닮아 있다는 얘기였다.

    '아수라'는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와 그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 그리고 한도경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등의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를 그린 영화.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아수라에서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박성배 안남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와의 '싱크로율'이 대단히 높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천당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안남, 부자동네"를 외치는 박성배의 모습은 "성남시를 수도권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도지사의 슬로건을 연상케 하고 ▲박성배가 등장하는 장례식장 근조 화환에 '경원대학교' '민주연합' '인권' 등, 이 도지사와 관련이 있는 단어들이 적혀 있는 것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2005년 경원대(현 가천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할 때 제출한 석사 논문이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학위를 자진 반납한 적이 있고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 성남시장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또한 20여년간 인권변호사를 지내며 서민들을 대변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도 이 도지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력 중 하나다. 

    영화의 안남시=성남시 연상시켜

    이밖에 영화 속 박성배 시장과 이재명 도지사 모두 괴한에게 '피습'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영화 초반 반대세력에게 피습 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고의로 상처를 내 '자해공갈'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이 도지사는 실제로 피습을 당한 적이 있다. 2015년 10월 지역체육대회가 열리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승진 누락에 불만을 품은 성남시 공무원으로부터 목이 잡히는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는 사고를 겪었던 것.

    무엇보다 '안남시'라는 이름 자체가 성남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많다. 실제로 아수라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남시라는 도시명은 안양·성남·안산·평택 등 경기도 일대 지명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많고 많은 지역 중에서 하필 경기도 지명을 소재로 차용했다는 점이 신기하다"며 "현실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는 영화 속 설정들을 감안할 때 김 감독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성남시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직접 경험한 1970~80년대 풍광이 모티브"

    그렇다면 김 감독은 정말 이재명 도지사와 성남시를 모델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김 감독은 2016년 9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안남시를 '배트맨' 시리즈의 '고담시'처럼 만들고 싶었다"며 "리얼함을 강조하기 위해 70~80년대 초 저개발의 열병을 앓던 변두리 도시, 성남이나 안양 같은 지역을 상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악의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한때 투기세력이 판을 치던 성남 등을 '안남시'의 모티브로 삼았다는 얘기. 김 감독은 같은해 '익스트림무비'와의 인터뷰에서도 "영화의 배경인 안남시는 내가 경험했던 70년대 말부터 80년대의 풍광을 모티브로 했다"며 "현재의 한국보다는 과거 '개발붐'이 일 때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을 종합해보면 시장 같은 권력자는 물론이고 검사, 경찰 말단까지 다들 뜯어먹는 영화 속 배경을 설정하면서 우연히 성남 등지의 '과거'를 차용한 것이지, 결코 특정 지역이나 인물을 모델로 삼은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와 같은 부분은 우연의 일치?

    하지만 제작진도 '아수라'가 개봉할 당시 이같은 시선에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CJ엔터테인먼트는 '아수라' 엔딩 크레디트에 "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단체 및 그밖의 업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라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고 관객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한편, 이재명 도지사 측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것이 알고싶다'가 제기한 조폭유착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론권 청구 등 다각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도지사 측은 "방송에선 2007년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모씨가 국제마피아파 재판을 받을 때 이 도지사가 조직원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나왔지만, 이 지사가 변론한 사람은 이모씨가 아니었을 뿐더러 피고만 수 십명에 이르는 대규모 재판이라 (이씨를) 알지 못하는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또 조폭 출신인 이모씨가 운영한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 우수 중소기업에 선정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성남시 중소기업상은 개별기업인에게 주는 것으로 이씨는 이들 기업의 대표, 사내이사 등으로 3년 이상 기업경영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자격요건에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조폭 출신이 참여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 도지사 측은 "해당 단체는 2008년부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다 2011년 공식 창단 후 같은 해 경찰과 공식 MOU를 체결하고 합동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조폭과는 무관한 단체"라며 "수십명의 회원 중 조폭 출신 1명이 있다고 조폭연루 근거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