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쿨러 오작동·조립식 패널 외벽 화재 키운 듯22일 경찰·소방·국과수 합동 감식…人災여부 조사
  • 십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4층 창고가 불법 개조됐을 가능성이 높고, 스프링쿨러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 등이 나와서다.

    2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세일전자 공장 4층 중앙부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실에서 불이 났다. 

    사망자는 발화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소방본부가 화재 진압 후 4층을 수색하는 도중 근로자 7명의 시신을 한꺼번에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유독가스를 과다 흡입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사망자 중 2명은 불을 피해 4층 창문에서 뛰어 내렸다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4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불은 2시간 8분 만인 5시51분께 진화됐다. 당국의 빠른 대처에도 큰 피해를 입은 이유에 대해 ▲조립식 패널 ▲스프링쿨러 오작동 ▲꺼진 화재경보기 ▲빗물 누수 등이 지목되고 있다.
  • 한 유족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4층 창고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공간이 불법 개조된 것아니냐"며 인재를 의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죽었을 때 시신을 만져봤는데 머리와 옷이 하나도 젖어있지 않았다"면서 스프링쿨러 오작동을 주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한 네티즌 역시 본인이 세일전자에서 근무했고 화재도 직접 겪은 당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화재 발생 당시 화재경보기나 스프링쿨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회사가 한달 전 소방점검을 받았음에도 화재경보기를 꺼놨었다"고 게시글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 화재 원인에 대해 누수를 지목하기도 했다. 게시자는 "신축 후 빗물이 샜는데, 그 빗물 때문에 언젠간 사고가 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면서 "이번 사고도 어제 내린 빗물이 새면서 천장쪽 배선에서 합선을 일으켜 발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조선일보는 공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불이 시작된 검사실에 먼지 제거를 위한 대형 공조기가 있는데, 그 때문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것 같다"면서 피해 확대 원인을 추측했다.

    세일전자 관계자는 인재 논란에 대해 "공장 내부에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은 설치돼 있었다"며 반박했다. 비상벨 오작동 역시 "경비실과 화재 발생 지역인 4층에서 비상벨이 정상적으로 울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인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소방·경찰·국과수의 합동 현장감식을 통해 사고 원인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