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뢰 증거 있는데 유언비어 유포" 천안함 유족 항의 방문
  • ▲ 지난 3월 24일 천안함 46용사 영정사진이 폭침 8주기 행사를 앞두고 서울역 광장 계단에 놓인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3월 24일 천안함 46용사 영정사진이 폭침 8주기 행사를 앞두고 서울역 광장 계단에 놓인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천안함 폭침 사건을 재조사해 북한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으로 확인되면, 남측 정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고문에, 유족들이 공식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천안함46용사 유족회, 천안함 예비역전우회, 천안함재단 관계자들은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에 있는 민주평통 본부를 찾아 이런 뜻을 전달했다.

    유족 대표 등은 항의 방문에 앞서 '몰지각한 유언 비어'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사용해, 문제의 기고문 내용을 정면에서 반박했다. 특히 유족들은 '천안함 폭침 원인 규명'을 위해 구성된 국제합동조사단이, 그 원인을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결론 낸 사실을 강조하면서, 기고문 작성자인 윤태룡 건국대 교수와 이를 게재한 민주평통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유족들은, 민주평통이 기고문 게재의 책임을 '실무 공무원의 단순 실수'로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 사실도 지적했다.

    “국제합동조사단의 명확한 증거 제시 및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급기야는 '천안함 재 조사 및 북한 사과'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관인 민주평통은 이런 주장을 여과없이 싣고, 거센 비판이 일자 '민주평통 공식 입장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의 단순 실수'라는 구차한 변명을 내놨다.”

    평통 '윤태룡 기고문' 삭제는 거부

    유족들은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이적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을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평통의 사과문 게재 △기고문이 실린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 6월호 수거 및 폐기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 강구 등을 주문했다. 앞서 통일시대 6월호는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기고문을 실었다. 윤 교수는 해당 글에서 “때가 되면 천안함 사건을 반드시 재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고, 만일 북한에 엉뚱한 누명을 씌운 것이 밝혀지면 남측은 북측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인 헌법기관으로, 통일 정책에 대한 자문 기능을 수행한다.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천안함 음모론'이 흘러나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출처가 대통령 자문기관이 발행하는 기관지라는 점 때문에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날 민주평통 측은 유족들에게 '홈페이지 사과문 게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통은 이와 별도로 통일시대 7월호에 유족들의 입장이 반영된 천안함 관련 기사를 게재하기로 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윤태룡 교수 기고문을 삭제하고, 통일시대 6월호를 수거·폐기해 달라는 요구는 거부했다. 면담을 마친 유족들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라며, 천안함 46용사와 참전 장병,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