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유가족들 "사람 사는 사회, 공약하지 않으셨냐…기본부터 꼼꼼히 챙겨달라"
  •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밀양 화재 관련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밀양 화재 관련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화재 사고는 지난 번 제천 화재 사고와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소방대원들이 비교적 빨리 출동하고, 초기 대응에 나서고 해서 화재가 2층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았는데 그럼에도 유독가스나 연기 때문에 질식해 돌아가신 분이 발생했다"며 "고령환자라든지, 중환자들이 많아 자력으로 탈출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았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건물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상황 실태에 따라 안전관리의무가 제대로 부과돼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 과정에서 건물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세제나 지원 등을 통해 가급적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이번에 소방대원들이 고생이 많으셨다"며 "소방서장의 말씀대로 안에 있는 환자들을 피신시키고 이송하는 과정에서 밀양 시민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밀양 시민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화재 현장을 방문하기 전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문 대통령에 '기본에 충실해달라'는 질타를 연거푸 꺼내기도 했다.

    유가족 중 나이가 지긋한 한 노인은 문 대통령에 "대통령님이 평소에 '사람 사는 사회'를 주장하고 공약도 하지 않으셨냐"며 "그,걸 좀 더 내년에는 개선을 해달라"고 했다. 이 노인은 "어제 새벽에 가보니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했고 장비도 열악했다"며 "소방관들이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게끔 우리 밀양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하겠다"고 답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 유가족 역시 "아주 기본부터 꼼꼼히 챙겨주길 바란다"며 "특히나 병원 같은 곳은 실질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여성은 이번 사고로 숨진 한 의사의 유가족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과 달리 스스로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분들이 많다보니 소방대원 출동이나 화재진압도 쉽지 않았다"며 "생각도 못한 일이라…"라고 위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용열차로 밀양역에 도착했으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박수현 대변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 참모진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