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체급 키워 안정적 정권 구축 꾀하나 文 집권 安 당권론
  •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뉴시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뉴시스

    대선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까지 '대연정' 화두를 놓고 티격태격했던 이들은 12일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격돌했다.문재인 전 대표는 전주혁신도시를 방문해 국민연금공단에서 자신의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한 뒤 전북도청 구제역 피해현황을 점검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전날 목포 방문에 이어 호남 이틀째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안 지사는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전남대학교 학생들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청년 정책 공약을 다듬었다.

    앞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최근 대연정 어젠다를 두고 격돌하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 지사의 '대연정' 주장에 대해 "저의 생각과 큰 차이가 있어보이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정의 대상에 새누리당 포함 여부를 두고 두 사람의 인식차이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또 안 지사가 자신의 '국가주도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 및 '인재영입'을 두고 비판한 것에 대해 기자들을 향해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며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게 각을 세우며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고 있고, 문 전 대표는 이런 안 지사를 강하게 견제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굳이 안 지사의 '대연정론'을 받아내며 안풍(安風)을 키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다른 대권후보들을 가시권 밖으로 밀어내려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권은 마땅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고, 야권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노(親盧) 핵심 인사였던 안 지사와 친문(親文) 좌장인 문 전 대표가 '주거니 받거니'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체급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뉴시스


    대선출마를 놓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SNS로 뼈 있는 환영사를 주고 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2일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겨냥, '젊고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적자인 제가 시대교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며 대선 출정식을 알렸다.

    이에 문 전 대표가 '후보가 누구든 우리가 이긴다'는 문구가 쓰인 사진과 함께 "우리는 One Team!(원팀) 언제나 동지입니다. 후보가 누구든, 우리가 이깁니다"라고 주장하자, 안 지사는 "민주주의 정당인으로서 고문님의 넉넉한 덕담에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민주당 경선은 아름다운 경선-그 자체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친문계가 아니라면 욕설 문자 등의 각종 테러를 일삼았던 이른바 '문빠'들이 반문(反文)이나 비문(非文)적 성격을 가진 안 지사에게는 너그럽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난달 친문세력들은 문 전 대표를 비판한 김부겸 의원 등 비문(非文)계를 향해 '당을 떠나라', '다음 총선에서 공천 못 받을거다'는 등의 협박성 문자를 셀 수 없이 보내며, 친문계가 아니라면 무조건 배척하고 증오하는 패권주의 행태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때리고 내쫓고 나가라고 한다"며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와 협공 플레이가 가능한 것은 서로간의 정치적 실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게 될 경우 안 지사는 중앙정치로 뛰어들어 당권을 장악하는 '플랜B'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토끼' 공략에 나선 문 전 대표와 '산토끼' 공략에 나선 안 지사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두고, 경선 승리를 이미 예약한 친문 진영이 2위로 치고 올라온 안 지사에게 만큼은 진지한 경쟁을 하는 척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연적으론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을 끌어모우며 문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선 이후 결과를 놓고 보면 문 전 대표의 확장성 부족의 약점을 보완해주며 다른 후보들을 물리치는 '완벽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