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야당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김칫국 마시다니"
  • ▲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최순실 진상규명 국민보고대회'에서 당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박근혜-최순실 진상규명 국민보고대회'에서 당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권이 2일 청와대 개각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하야·탄핵'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일 조짐이다.

    길거리 투쟁 본색이 드러나는 건 이제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이날 청와대의 '깜짝' 개각이 발표되자 야권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참여정부 인사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국무총리로 내정된 데다가, 협의없이 야당에게 아무런 권한도 넘겨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야당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관련, 거국내각과 권한위임 총리 등 정국 수습책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자신들에게 어떤 권한을 넘겨줄지에 초점을 맞추며 '대통령 하야' 주장을 최대한 자제해왔던 야당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뜻밖의 카드를 내놓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이제 강경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등의 전면전을 암시한 발언이 쏟아졌다. 

    더민주 내부에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우리끼리 거국내각 얘기를 하면서 김칫국을 마셨던 것 아닌가"라며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하자 더민주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처음으로 국회 밖으로 나가 선전전을 펼쳤다. 

  •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여의도역 주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뉴시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여의도역 주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대표와 김영주 전해철 김병관 최인호 김춘진 최고위원 등 더민주 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역 인근으로 나가 최순실 국정개입 진상규명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당 지도부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국민의 뜻이다! 대통령을 조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이 "하야하라"를 외치며 더민주의 여론전에 호응했지만, 몇몇 시민들은 "소리만 요란하게 하지말라", "전쟁 중인 나라에서 시끄럽게 하면 되겠느냐"고 항의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직불금, 행복한 미래를 위한 변화'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본인의 변호인처럼 힘이 센 실력을 자랑하던 정치 검사를 민정수석으로 앉혀놓더니 이제 엿 먹으라는 식으로 불통의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총리 인선을 발표했다"며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이날 청와대의 개각 발표 이후 앞다퉈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더민주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성명 발표를 통해 "청와대의 일방적 개각명단 발표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려나야 한다"고 말했다.

  •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여의도역 주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민의 압도적인 민심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고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그 민심에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정치의 장에서 차선책이라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나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박 시장 등의 대통령 하야 요구에 대해선 "정치적인 해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나 역시 비상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향후 '하야' 투쟁 정국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민주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강경투쟁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야권이 본격적으로 장외투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 혹은 '하야'를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의 개각 발표 이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국민 여론에 따라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더민주는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벌일 경우 '엄중한 시국에 야당마저 국회를 버렸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력행사에 최대한 심사숙고 하는 모습이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홍보전에 대해 "오늘 행사는 장외투쟁은 아니고 장외 시민 홍보를 한 것"이라며 장외투쟁과 거리를 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국 수습과 국정혼란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정부 개각에 대한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와중에 야당이 반대를 외치며 국회를 버리고 밖으로 나간다면 '국가가 망하길 바라는 야당'이라는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