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기구' 한계 뚜렷… "2·8 전대 때도 박지원 부상하자 룰 해석 경선 도중에 바꿔"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2월 8일 치러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경선 도중 여론조사 룰 해석을 변경하는 진통 끝에 당대표로 선출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패배가 확정된 뒤 씁쓸한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가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2월 8일 치러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경선 도중 여론조사 룰 해석을 변경하는 진통 끝에 당대표로 선출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패배가 확정된 뒤 씁쓸한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가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친노·친문세력이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대선 후보는 문재인)을 불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더민주 핵심관계자는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각 (대권) 캠프에 참여한 인사 중 한 명씩을 모아 별도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대권 주자 물망에 오르는 사람들을 모두 접촉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12월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의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 대권 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연락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망에 오르는 사람 모두가 접촉 대상"이라고 언급된 만큼, 문재인 전 대표 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적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각 대권 주자 관계자까지 망라된 연락기구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당권을 잡고 있는 친노·친문 측이 그만큼 '아름다운 경선'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막상 경선을 하게 되면 시기와 방법을 막론하고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래도 저래도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란 뜻의 '이래문'이라는 말이 괜히 정치권에 회자되는 것이 아니다.

    결과는 정해져 있는데 과정에서 잡음이 나면, 가뜩이나 지지층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문재인 전 대표로의 표 결집력이 더욱 약화된다. 경선 룰 과정에서 최대한 여타 대권 주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듯한 모습을 비춰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락기구' 구성 이후 한두 차례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경선의 시기와 선거인단 비율 문제 등에 있어서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전적으로 양보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패권 성향의 당원들이 온라인으로 대거 입당했기 때문에, 지난해 2·8 전당대회와는 달리 선거인단의 국민~당원 비율이 어떻게 되든 문재인 전 대표의 선출에는 영향이 없다. 시기 또한 박원순·안희정 등 현직 지자체장들의 주장에 너그럽게 양보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아직 경선 준비조차 안 했는데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니 그런 말이 어디있느냐"고 웃음을 섞어가며 일축했다.

    하지만 정작 그 추미애 대표가 친노·친문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선출된 8·27 전당대회 직후부터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대선 후보는 사실상 결정됐다고 보고 '아름다운 경선' 연출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연락기구'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후보 선출을 전제로 '아름다운 경선'을 연출하기 위한 것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대선 후보가 된다는 상수(常數)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면, 친노친문패권세력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지난해 2·8 전당대회 때도 박지원 대표의 선전으로 결과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문재인 측이 경선 도중 여론조사 관련 룰의 해석을 바꿀 것을 요구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신기남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이 박지원 대표의 전화조차 받지 않으면서 이를 추인하지 않았느냐"며 "이래문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