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여론조사에서 빠져야" 文 위에 있어 불쾌하단 속내 가감없이 드러내
  • ▲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비해 현격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친노·친문패권세력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설훈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과 원혜영 의원(다섯 번째)은 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주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반기문 총장 아래에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기문 총장 대선 출마 저지와 흠집내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비해 현격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친노·친문패권세력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설훈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과 원혜영 의원(다섯 번째)은 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주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 반기문 총장 아래에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여론조사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반기문 총장 대선 출마 저지와 흠집내기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국정감사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이에 현지 공관의 예산 낭비 여부를 감독해야 할 입법부가 되레 미국까지 가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 외통위 미주반은 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말미암아 '국감 보이콧'을 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아직 현지에 합류하지 못했기에, 이날 국감에는 더불어민주당 심재권·원혜영·설훈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만 자리했다.

    야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국감에서 친노·친문패권 성향의 더민주 의원들은 최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총장 흠집내기에 안간힘을 썼다.

    더민주 설훈 의원은 "1946년 1월 1일 유엔 총회결의안에 퇴임 직후에는 어떤 자리도 맡지 말라고 돼 있다"며 "퇴임 이후 15개월 만에 대통령을 맡겠다면 결의안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오준 주유엔대사는 "총회 결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든 유엔 총회결의는 권고적 성격"이라며 "유엔사무총장을 지내고도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고, 대선에 출마한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 전 유엔사무총장(제4대)은 1982년 유엔사무총장직을 마친 뒤 1985년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쿠르트 발트하임은 1992년까지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지냈으며, 임기 도중 걸프 전쟁이 터지자, 전문 외교관으로서의 경륜을 십분 살려 전쟁 직전 이라크 바그다드에 고립된 오스트리아 인질 92명을 구출해오는 노련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 페루의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전 유엔사무총장(제5대)은 1991년 유엔사무총장직을 마친 뒤 1995년 페루 대선에 출마했으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에게 석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를 인정받아 2000년 페루 총리를 지냈다.

    이처럼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사람 중에 대통령을 맡기도 하고 대선에 출마하기도 하며 총리를 지내기도 한 엄연한 역사적 사례가 있음에도,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더민주 대선 후보는 문재인) 현상 때문인지 더민주 의원들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견제와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등 국정감사를 국내 정쟁의 연장선상으로만 바라봤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오준 대사의 객관적 설명에 "권고적 성격이기 때문에 총회결의안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단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이는 입법부 본연의 국정감사 업무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모두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심지어 더민주 원혜영 의원은 "반기문 총장은 대통령 출마를 암시하는 언동을 하는 등 재임 중에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하면 되는데, 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골적으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 위에 반기문 총장이 위치해 있는 게 불편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빠지기로 말한다면, 지난 4월 8일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은퇴하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전 대표야말로 여론조사에서 스스로 빠져야 할 상황임을 망각한 언동이라는 비판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더민주 의원들은 면책특권을 악용해 '없는 사실'을 지어내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더민주 설훈 의원은 "반기문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유엔사무총장이 됐다"며 "그렇다면 올해 (5월에) 한국에 왔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해야하는데 (경북) 안동에 갔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원혜영 의원이 "당시 반기문 총장이 공개하지 말라고 하고, 밤에 몰래 (봉하마을에 들러) 참배했다더라"고 전했고, 이에 설훈 의원은 "왜 그런 걸 비공개로 하느냐"며 "그랬다면 정말 정치 초짜"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이 지난 5월 내한 당시 봉하마을을 밤늦게 비공개로 몰래 참배했다는 것은 전혀 알려지지도,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이다. 반기문 총장 측도 더민주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반기문 총장이 왜 밤늦게 몰래 참배를 했겠느냐"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숱한 '막말'로 악명 높은 설훈 의원이 또 물의를 빚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과잉된 충성심에서 반기문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는데만 여념이 없었던 더민주 의원들과는 달리,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반기문 총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엔사무총장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며 "10년 동안의 활동을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할 방도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