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지진 대비 보강 위해 3320억 원 필요"
  • ▲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일대에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지진의 영향으로 노동동 한 의류매장 출입구 유리창이 깨져 있다. ⓒ뉴시스
    ▲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일대에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지진의 영향으로 노동동 한 의류매장 출입구 유리창이 깨져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지진에 취약한 도시철도 등 공공건축물의 내진 성능 개선을 위한 사업지를 긴급 편성, 내년도 예산에 추가 반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3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따른, '서울시 입장 및 지진 방지 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국내 주요시설과 고층 건물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8종 공공시설물 전체에 대한 내진 성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것이, 서울시 발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국내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진도 5.8을 기록하면서, 전국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크다.

    서울시의 긴급 대책 발표는, 시내 공공시설물의 내진 확보율이 45.5%에 불과해, 시민 안전을 위해서는 고층 건물 및 다중이용시설의 내진 성능 보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이날 "이미 수도시설과 공동구·시립병원·수문 등 4종은 내진 성능을 100% 확보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미 확보된 △공공건축물 △도시철도 △도로시설물 △하수처리시설의 내진 성능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약 5,480억 원의 예산을 투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한 4종의 공공시설물 중에서도, 특히 도시철도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철도의 경우 내진 성능 평가를 실시한 결과, 전체 구간 가운데 53.2km를 제외하고는, 진도4에 해당되는 수준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반영됐거나, 내진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도시철도 내진 보강을 위해 3,320억 원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는 "2011년 부터 2022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재정투자를 하고 있지만, 완료 시기를 앞당기려면 내년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 경주시 석잔동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학교 관계자 수백 명이 학교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뉴시스
    ▲ 경주시 석잔동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학교 관계자 수백 명이 학교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뉴시스
    공공시설물의 경우 시가 예상한 대로 예산이 집행된다면, 어느 정도 내진 성능 보강이 이뤄지겠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간 건물이다. 
    민간건축물의 내진 설계 대상 기준은 1988년 신설됐다. 이후 기준이 강화되면서 현재는 3층 이상 연면적 500㎡이상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를 의무화 하고 있다.

    따라서, 1988년 이전 지어진 건물과, 위 기준에 미달한 저층·소규모 건물은, 사실상 내진 성능 보강이 요원한 상황이다.
    김준기 안전총괄본부장은 민간건축물 내진확보와 관련 "강제로 진행하기 힘드므로, 당장은 건물주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방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공공시설물의 내진 성능 확보 현황을 보면, △공동구 △수도시설 △시립병원 △수문은 100%에 이른다.

    반면 공공건축물(47.8%) △도시철도 교량(45%) △도시철도 터널(77.7%) △도시철도 건축물(76.1%) △도로시설물 지상(73.4%) △도로시설물 지중(95.9%) △학교시설(28.3%) △하수처리시설(21.5%) 등은 내진 성능 보강이 절실한 상황이다. 내진에 가장 취약한 하수처리시설을 제외하더라도, 내진 성능을 갖춘 공공시설물은 전체의 45.5%에 그치고 있다.

    지난 12일 19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진도 5.1을 기록했다. 약 48분 뒤인 20시 32분,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진도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은 서울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안전처 집계 결과 인명 피해는 부상이 8명, 물적 피해는 가벼운 건물 균열, 아파트 천장 내장재 탈락, 수도배관 파열 등 253건이 발생했다. 119신고는 5만 1천여건이 접수됐으며, 일부 지역에선 유무선 통신이 한때 두절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