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면책·불체포 특권, 세비 사용 등 공개해야"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대표교섭단체 연설을 하고 있다. 연설을 하고 있는 뒤로 정세균 국회 의장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5일 대표교섭단체 연설을 하고 있다. 연설을 하고 있는 뒤로 정세균 국회 의장이 보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후년으로 국회 개설 7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을 통해 국회의원 스스로의 행태를 돌이켜보는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70년된 국회를 대개혁하자는 제안을 하기에 앞서 국회의 일원으로서 자성(自省)으로 새누리당 대표연설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11초만에 통과시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38일이나 끌었던 점 △19대 국회에서 300명의 국회의원 중 22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점 △곧 폐교될 시골중학교에 수십 억 원 예산으로 체육관을 짓고 의원 업적으로 자랑한 점 등을 거론하며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한다"고 스스로 개탄했다.

    아울러 "올림픽 국가대표들의 활약을 보면서 입만 열면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은 국가대표만큼 피땀 흘려 일하는가 묻는 국민이 많다"며 "경제를 살리려면 국회의원들이 일 안하고 가져가는 세비부터 토해내게 해야 한다는 원망의 말도 들린다"고 한탄했다.

    국회의원들의 '무노동 유임금' 행태를 성찰한 이정현 대표의 타겟은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으로 옮겨갔다.

    이정현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가리켜 "민주화된 사회에서 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황제 특권"이라며 "지체 없이 내려놔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시중엔 인사청문 대상자 자리에 국회의원을 앉혀서 청문회를 한 번 해보면, 국회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수군거림도 있다"며 "국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게 일반 국민의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 스스로도 3선 국회의원임에도 이토록 신랄하게 국회의원의 천태만상을 스스로 폭로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이어간 것은, 혁명적인 국회 개혁에 나서기 위한 '헌정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기 위함이었다.

    "정치를 지켜본 30년 동안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만들어지지 않은 적이 없지만, 국회는 한 번도 제대로 개혁된 적이 없다"며 그간 국회가 정치개혁을 한다면서 자가 진단하고 자가 처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들이 메스를 들이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경청하는 동료 의원들을 향해 "국민에게 국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우리 스스로 도망갈 곳이 없게 만들자"며 "국회를 혁명적으로 개혁해서 헌정 70년을 기념하고 헌정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국민들을 향해서는 "(헌정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를 통해) 정치혁명의 주체·동지·감시자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특권 내려놓기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가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 거론한 분량은 A4용지 13매 분량으로, 전체의 약 3분의 1에 달했다. 그는 국민들의 국회의원에 관한 시선을 여과 없이 파악하고자, 이번 연설문을 작성하기에 앞서 인터넷 상의 댓글들을 수 일에 거쳐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현 대표의 '특권 내려놓기' 주장은 평소 소신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지난 8·9 전당대회 당시에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대표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소위 '밑바닥'부터 경험해 본 그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정치권이 내려놓아야 할 특권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설명으로는 이정현 대표가 야권에서 제시할 아젠다를 먼저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야권이 대선을 앞두고 여당을 향해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쓰기 전에 먼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정현 대표의 연설문은 철저히 본인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설문에 특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