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국민의당으로의 이탈 나오는 등 PK 민심 흔들리는 상황도 감안해야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화합과 단결을 통해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단단히 하고자 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1일 일부 인사의 복당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 사이에 다소 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이정현 대표는 "이렇게 대표를 무력화시켜도 되느냐"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복당을 관철했다.

    이날 복당이 이뤄진 인사는 김종규 전 창녕군수·주점욱 함안대산농협조합장·성이경 전 창녕군의회 의장 등 주로 경남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다.

    이들의 복당안이 상정되자, 이장우 최고위원은 "탈당한지 5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복당을 시켜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당헌·당규를 정비해 복당에 대한 기준을 객관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정현 대표는 "그동안 (시·도당의 승인이 있으면 복당을) 해줬던 것이니까 웬만하면 이대로 하자"고 했다. 이 건으로 이정현 대표와 이장우 최고위원 사이에 언쟁이 오가자,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정현 대표의 말을 따르자"고 중재를 시도했지만 되레 이장우 최고위원의 불만을 사자 "왜 나한테까지 화를 내느냐"고 잡음이 번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장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도 퇴장하는 사태로 번졌지만, 복당안은 의결됐다.

    여권 관계자들은 "PK(부산·경남) 민심이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PK에서는 새누리당 탈당파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 년간 여러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보좌진으로 일했으며 지난 4·13 총선에서는 경남 양산갑 지역구의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김성훈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난달 24일 새누리당 탈당과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김성훈 전 보좌관은 양산시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불행한 양산의 정치 역사를 청산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 지역 16석 중 5석을 빼앗는 성과를 거둔 더민주의 이 지역 정치 세(勢)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시기 부산 사하을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배관구 전 사하구의원은 최근 국민의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으로 선정됐다.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던 지역 정치인들이 더민주나 국민의당으로 분분히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호 전 최고위원의 동생인 김창호 전 수석부대변인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창호 전 부대변인은 탈당을 전후해 주변 사람들에게 "새누리당이 아니더라도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은 많다"며 "지금까지 걸어보지 않은 정치적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 새누리당 조해진 전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조해진 전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확고한 개헌론자로 알려진 김태호 전 최고위원도 개헌론을 매개로 삼아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의 일익을 담당하는 게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PK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고, 이 지역 출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때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당외에 머물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에 정권재창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권이 분열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특정 계파 위주로 당을 재편해 정권재창출을 못하더라도 안위를 도모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당장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따라서 이번에 복당이 승인된 인사들 외에도 조해진 전 의원 등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당을 떠난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조속한 복당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여당 간사를 지냈던 조해진 전 의원은 정통보수이자 보수의 본류에 해당하는 인사다.

    이인호 KBS 이사장을 둘러싼 미방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조해진 전 의원은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공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확고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20대 국회에서 건국절 법제화 추진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서둘러 복당시켜 중히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복당에 유보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이장우 최고위원은 2일 SBS라디오 〈시사 전망대〉에 출연한 자리에서 "국회의원이나 당 지도부는 각기 생각이 일부 다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민주적인 정당에서 그런 것을 갈등으로 볼 것은 아니고, 다양한 의견을 감안하는 게 역동성 있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말대로 전직 의원들의 복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간의 논란은 있겠지만, 이정현 대표가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

    야권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안희정 충남도지사·김부겸 의원 등이 차례로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등 연일 이른바 '잠룡'을 띄우고 있지만, 여권에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화합과 단결을 통해 내부의 기반을 단단히 다져놓고 있으면, 국민의 신망이 쏠리는 여권 후보는 언젠가는 부각되기 마련"이라며 "지금은 이정현 대표가 야권의 때이른 페이스에 말려들 것이 없이, 꿋꿋이 당내에서는 화합과 단결의 기반을 다지고 당밖에서는 민생 행보에 전념하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