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트집 대신 '생산적 논의' 언급… 꼬투리 잡기 급급한 野 우회적 비판
  • ▲ 새누리당 추미애 의원이 6일 대표 교섭단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추 대표의 연설의 상당 부분이 새누리당과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었음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잘 들었다"며 각을 세우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추미애 의원이 6일 대표 교섭단체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추 대표의 연설의 상당 부분이 새누리당과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었음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잘 들었다"며 각을 세우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6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연설에 말을 아꼈다.

    동의하는 연설이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생산적 논의'를 거론하면서, 전날 '말 트집 잡기'에 열을 올렸던 야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조세개혁 ▲대기업 법인세 인상 ▲청년 정책 ▲사드 배치 반대 ▲영수회담 등을 요구했다.

    추 대표는 연설문 곳곳에서 기존 새누리당의 주장과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는 "낙수효과는 전 세계 시장경제에서 이미 버리고 있는 그릇된 경제"라고 말하는가 한편 "박근혜 정부는 더 쉬운 해고를 하려고 노동법을 개정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정부 10년 동안 쌓아놓은 4강 외교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정부가)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때마다, 사드를 계속 늘릴 수밖에 없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추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을 자극할만한 혹평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날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 대부분은 경청하는 자세로 추 대표의 연설을 지켜봤다. 단 한 사람, 성주를 지역구로 하는 이완영 의원이 사드 배치에 대해 연설을 하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을 뿐이었다.

    이완영 의원은 "안보문제를 계속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그랬다"며 후에 해명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더불어민주당을 존중하는 모습은 연설 후에도 계속됐다. 이정현 대표는 연설을 들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야당으로는 할 수 있는 말을 하시고 참고될 만 얘기였다. 좋게 잘 들었다"고 답했다.

    앞서 전날 이정현 대표의 연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무조건 반박하기에 바빴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이정현 대표가 오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통해 서울시 청년활동지원 사업을 '정치적 계산', '황제 정치놀음', '부도덕한 정치 행위'로 폄하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시도마저 부정하는 집권여당의 수준에 탄식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역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민과 야당의 국정 비판을 '대선 불복 행태'로 규정한 것은 참으로 옳지 않다"면서 "국민의 70~80%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을 요청하고, 모든 야당과 수많은 언론이 우 수석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우병우 감싸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전날 야당의 집중사격을 받고도 이정현 대표가 웃음을 지어 보인 것은 왜일까. 이날 연설은 이정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교섭단체 연설이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혹시 이정현 대표체제에서 당의 정책적 입장을 조금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뒤이어 인터뷰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런 의문을 일소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연설을 들을 소감을 묻는 말에 "소이부답이올시다" 라면서 "문제 제기는 같고. 해법은 너무도 다르고… 그런 거지"라고 말했다.

    나아가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해서도 "해임건의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추 대표의 연설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야당의 말 트집에 굳이 보복하지 않겠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날 비난을 일삼은 야당을 머쓱하게 하는 점잔을 뺀 셈이다.

    이런 의도는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에서 더 잘 나타난다. 김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오늘 연설을 국민의 목소리로 존중하며 여러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한다"면서 "특히 민생 경제에 집중하는 연설을 높이 평가한다"는 평가를 했다.

    이어 "민생경제가 비상상황이라고 강조한 부분은 더욱 생산적 방향으로 녹여내 건강한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야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발전해야 추미애 당 대표께서 지적한 부분도 실천될 수 있고 국민의 지지 받는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오히려 지역에 내려가 보니 꼬투리 잡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큰 틀에서 야당이 제안한 부분에 관해 토론할 수 있다는 태도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당은 앞으로 상대가 따라 하든 안 하든 항상 기 싸움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것"이라며 "국회가 쉬운 것부터 변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