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는 호남 승리 일군 이정현 대표와 정운천 의원 초대해 식사
  • ▲ 지난 4월 3일 인천 연수을(乙) 새누리당 민경욱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데일리
    ▲ 지난 4월 3일 인천 연수을(乙) 새누리당 민경욱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데일리

     

    "대한민국이 제2의 도약을 이루도록 박근혜 대통령을 잘 보필해 달라"고 주위에 당부한 뒤 청와대를 떠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농심의 비상임 법률고문으로 취업한다.

    주요 통신사에 따르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1일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한 55건을 심사해 2건에 대해 취업제한(취업불승인 포함)을 결정하고 나머지 53건은 승인했다.

    53건의 취업승인 대상에 이름을 올린 퇴직공직자 중 한명이 김기춘 전 실장이다.

    현행 법률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퇴직 후 취업하려는 기관의 업무간 관련성이 인정되면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위의 결정은 김기춘 전 실장이 ㈜농심의 비상임 법률고문으로 취업하기 위해 취업심사를 신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춘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3년 8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돼 2015년 2월에 물러났다.

    청와대를 떠난 김기춘 전 실장은 최근 2선에서의 광폭행보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계파를 넘어 새누리당 후보들의 캠프를 두루 방문해 격려했었다.

    당시 김기춘 전 실장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인천 연수을(乙) 민경욱 후보 선거사무실, 서울 동작갑(甲)에 출마한 이상휘 후보 캠프, 서울 동작을(乙)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의 유세장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

    MB정부에서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후보 캠프를 방문했을 때는 "이상휘 후보님! 壓勝(압승)하여 國家(국가) 위해 큰일 많이 하시기 빕니다. 金淇春 拜(김기춘 배)"라는 메모를 남겨 여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상휘 후보 측에서는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는 주소를 물어보는 것으로 볼 때 김기춘 전 실장이 손수 운전하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난 후 "투혼의 유세를 하고 있는 바쁜 와중에 조용히 오셔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4.13 총선 직후인 지난 5월에는 호남 지역구에서 승리를 일군 이정현 대표(전남 순천)와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 두 사람을 초대해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기춘 전 실장은 "새누리당 공천으로 호남 지역구에서 당선돼 지역주의 극복에 참 큰일을 했다"고 격려하면서 두 의원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김기춘 전 실장이 대권을 노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는 설이 퍼지기도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남경필 지사는 당시 김기춘 전 실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여러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교통사고로 인해 의식불명에 빠진 외아들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2일 김기춘 전 실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아들 김모(49)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김씨의 아내도 김기춘 전 실장과 함께 공동 후견인으로 지정됐다.

    성년후견 제도는 의사 결정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각종 법률행위를 대신하도록 허락하는 제도다. 앞서 김기춘 전 실장은 올해 5월 아들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했다.

    김기춘 전 실장의 아들은 2013년 12월 말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실장은 재직 중이던 지난해 1월 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자주 가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