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함께 할 '전투력 있는 세력' 찾기, '문재인으로는 안된다'는 야권도 개편 예고
  • 총선 이후 시작될 2017 대권판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김무성-문재인, 그리고 안철수로 삼분(三分)된 대권지형이 대선 1년 8개월을 앞두고 서서히 재편될 조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총선 이후 대표직 사퇴를 밝히며 대권가도를 시작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오지 말라'는 호남을 끝끝내 방문하며 대권의지를 재확인했다.

    '영남 출신에 수도권 인지도'를 갖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 패권'을 공고히 하며 '대권 3박자'를 갖춰가고 있다. 비례대표 2번을 쥐고 권력욕을 과시한 김종인 더민주 대표도 "(총선이후)107석이 안된다면 당을 떠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건곤일척의 대회전이 예상되는 19대 대선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2017년 대선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치열한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3金 시대가 완전히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1987년 이후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한 김영삼-김대중-김종필 3김 세력이 몰락했다. 또 이들이 꾸며놓은 영남-호남-충청이란 지역간 대립 구도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 지역구도를 물려받아 가장 잘 이용한 세력이 호남을 등에 업었다가 내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 세력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같은 방법으로 다시한번 대권을 노렸지만, 결국 실패했고 호남은 더 이상 친노를 쳐다보지 않는다.

    2. 북한의 김씨 왕조도 무너져 간다.

    남한의 3金이 무너지면서 북한의 金씨 왕조도 힘을 잃었다. 전 세계는 북한을 주목하고 있다. 식상해진 정치 1번 아젠다 '안보'가 '통일'이란 구체적인 정치 목표로 부상하고 있다. DJ-노무현이 이어온 '햇볕정책'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 해산된 통진당 출신 66명이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고 한다. 18대 대선을 관통한 종북 심판의 의지는 이번 총선과 다음 대선을 통해 확실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는 이론적 개념보다는, '누가, 언제 통일할 것인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기다리고 있다. 

    3. 국회권력을 쥔 귀족 기득권의 실체가 드러났다.

    여당 내 친박-비박의 혈투, 그리고 야당의 친노- 비노의 싸움은 3권 분립된 국가 권력 구도에서 '모든 의사 결정은 국회가 하겠다'는 반란의 일면(一面)이다. '일 안하는 국회', '싸우는 국회', '갑질하는 국회' 등 오명을 죄다 뒤집어 썼지만, 귀족 국회는 또다시 개헌을 통해 국회권력을 영구적으로 쥐는 세상을 꿈꾼다. 이번 총선은 이런 반란을 꿈꾸는 세력들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 아젠다를 들고 나올 차기 대권 주자를 기다리는 선거다.


    "총선이 끝나면 새로운 싹들이 대권을 향해서 많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 김종인, 지난달 26일 호남방문에서


  • ▲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데일리 DB
    ▲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 뉴데일리 DB

20대 국회 함께 할 사람… 청와대가 움직인다

드러나 있는 대권지형은 단출하지만, 본격적인 지형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종인 대표의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완전히 뒤바뀐 새 구도가 등장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선을 앞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작지 않은 의미다.

김기춘 실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장을 방문했다. 또 지난 3일에는 인천 연수을의 민경욱 후보를 찾았고, 지난 6일에는 서울 동작갑 이상휘 새누리당 후보 캠프를 방문했다.

김기춘 실장이 찾은 여당 후보 3명의 공통점은 쉽게 찾기 힘들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후보는 '진박(眞朴)' 범주에 들어가지만, 나경원 후보나 이상휘 후보는 '박심(朴心)'을 기준으로 할때 다소 결이 다르다. 특히 이상휘 후보는 MB정부에서 춘추관장을 지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들어가는 모습. 사진 오른쪽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함께 하고 있다. ⓒ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들어가는 모습. 사진 오른쪽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함께 하고 있다. ⓒ 뉴데일리 DB
    하지만 계파 색안경을 벗고 다시한번 세 후보를 찬찬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활약할 '전투력 있는 사람'이란 점이다.

    나경원 후보는 당선시 4선 의원으로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민경욱 후보는 '청와대 대변인'이란 타이틀 답게 국회 입성시 '당 대변인'을 예상할 수있다. 이상휘 후보도 당내 몇 안되는 '언론통'으로 다음 국회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잠행 했던 '대원군' 김기춘 실장이 당선이 유력한 후보들을 직접 찾았다는 것은 청와대가 20대 국회에서 함께 할 인물을 직접 선별에 나섰다는 뜻"이라고 했다.

    최경환·윤상현 등 몇몇 친박 세력들이 박심을 등에 이고 '진박 감별사'라는 호가호위(狐假虎威) 행태를 벌이면서 논란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기춘 실장 외에도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살림을 맡았던 허태열 전 실장도 최근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실장은 보수세력 원로들과 직접 접촉하며 대권 지형 구상에 대한 조언을 듣고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의 이 같은 잠행(潛行)에는 전직 청와대 핵심 참모들도 참여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총선 이후 여권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여질 것"이라며 "친박-비박 등 계파 구도가 깨지는 건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고 했다.

    19대 내내 국회 비협조로 곤욕을 치른 청와대가 차기 국회 내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차기 대권에도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미 반기문 UN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상황이 위중하다"는 말로 국내 정치에 사실상 뛰어들었다. 특히 자신의 특보를 지낸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되면서 이미 '대권 상수'로 분류된 상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리는 대권구도에는 지금껏 '나는 친박'이라고 외쳤던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이 낄 자리가 없다. 개헌론을 앞세워 국회권력을 움켜지고 '귀족 기득권'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저지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전투력 있는 정치인'들이 주축이 될 것이며, 흔히 말하는 '웰빙 새누리'들은 붙어 있을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 ▲ 지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김종인 비대위원이 바라보고 있다. ⓒ 뉴데일리 DB
    ▲ 지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김종인 비대위원이 바라보고 있다. ⓒ 뉴데일리 DB
    흔들리는 문재인, 김종인이 그리는 야권 지형도는?

    야권 권력지형도 변화를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현상은 문재인 대권 불가론이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 지지율 90%를 얻었지만, 대권을 얻는데는 실패한 문재인 대표가 그 호남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8일과 9일 이틀간 광주 전북을 다녀간 문재인 전 대표가 직면한 현실은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계란이라도 맞지 않을까'했던 것은 문재인 측의 희망사항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문빈정사에서 만난 법선 스님이 "돌 같은 것 안 날아왔느냐"는 농담에 "맞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는 돌은 커녕 계란 하나 날아오지 않았다. 친노 지지자들의 '안철수 비난과 문재인 옹호' 행태에 시민들의 짜증만 사방을 휘저었다.

    '문재인으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야권 지형 전체를 재편시키고 있다.

    이미 제3당으로 어엿이 거듭난 국민의당이 부인할 수 없는 방증이다. 국민의당이 호남돌풍을 현실화 시키며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안철수는 명실공히 '대권 상수'로 떠오른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그리는 대권지도가 어디로 뻗치는지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다음 대통령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사람을 못 만났다"고 했다.

    김 대표 스스로는 '대권 도전설'도 부인하고, '킹메이커도 그만 두겠다'고 했지만,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를 찾는데 고심 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 손학규 전 대표 ⓒ 뉴데일리 DB
    ▲ 손학규 전 대표 ⓒ 뉴데일리 DB
    최근 손학규 전 대표에게 수도권 지원유세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은 손 전 대표는 결국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는 말로 정계 복귀를 다시 미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남긴 말은 의미심장하다. 손 전 대표는 9일 강진읍사무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20대 국회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약할 수 있는 국회가 구성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단순히 계파싸움의 중재자로 나서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기득권과 맞서 싸울 세력을 모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권구상처럼, 손 전 대표도 대권까지 노릴 수 있는 국민적 아젠다를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