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귀국길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철저하게 실패" 주장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히말라야 트레킹 일정을 끝내고 9일 귀국했다.

    지난달 13일 네팔로 떠났던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5시4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날이 상당히 더웠다.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하고 좋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정치에 대해서 멀리 떨어져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정치가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정치는 존재 가치가 없는데 그런 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귀국한 문 전 대표는 경남 양산 자택에서 저서 출간을 준비하며 대권행보를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전 대표는 대선 출마와 선거 패배 등 중대사(重大事)마다 국면 전환을 위해 서적 출간을 적극 활용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6월 본격적인 정치 입문을 앞두고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책을 펴냈고, 대선을 앞둔 2012년 8월에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으로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대선 패배 직후 자신을 향한 '정계은퇴' 요구가 거세졌을 당시에도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발간, 정치활동을 재개해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자신의 새로운 메시지를 담은 책을 출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치행보를 재개한 셈이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책 발간 일정을 다소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내년 초쯤 책을 펴낼 계획이었지만, 최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행보로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 비상이 걸려 출간 일정과 대권 행보를 조정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서둘러 히말라야로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8월 이후 출간될 것으로 예상되는 책에는 히말라야와 부탄 등에서 겪은 일과 정국 구상 등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측도 "히말라야에서 했던 고민과 구상을 담은 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네팔 지진피해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현지인들을 돕는 제스처를 취했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뒤에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는 부탄으로 넘어갔다.

    그는 또 네팔에서 '라면 왕'으로 불릴 만큼 라면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대부호 초드리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초드리 회장은 지난해 네팔 강진 당시 이재민들에게 가옥 1만 채를 무상으로 내준 것은 물론 약 140억 원의 기부를 하며 국가 재건에 앞장선 인물이다. 

    문 전 대표가 초드리 회장과의 만남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CEO와 대부호들도 나눔과 공존의 '사회 공헌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부탄 방문을 회상하며 균형있는 발전을 통해 힘없는 국민 대다수가 다 함께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 전 대표의 책의 방향이 '국민행복'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2017년 대선 화두를 선점하며 야권의 다른 대권주자들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문 전 대표의 책 출간은 히말라야-부탄 일정에 문화인을 대동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히말라야 트래킹 일정에는 'EBS세계 테마기행'을 연출했던 탁재형PD가, 부탄 일정에는 소설가 박범신 씨가 동행했다.

    박 씨는 이미 지난해 히말라야 등반을 소재로 '촐라체'라는 소설을 펴낸 적이 있다. 이 책은 산악인 박정헌 씨와 최강식 씨가 지난 2005년 봄 촐라체 등반에서 겪었던 일화를 모티브 삼아 쓴 작품으로, 해발 6440M의 히말라야 설산 '촐라체'에서 조난당한 형제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박 씨와 연계를 가져온 문 전 대표 측이 당초 책 발간을 목적으로 히말라야 트레킹-부탄 방문 등의 시나리오를 구성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씨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작지만 국민행복지수에서 선진국인 부탄에서 나는 적게 먹고 많이 걸으려 애썼고, 그는(문 전 대표) 더불어 행복해지는 길에 대한 모색에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탁재형 PD가 진행하는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 출연, 문 전 대표의 부탄 체류에 대해 "서울에 살면 영혼에 기름기가 낀다. 그 기름기를 덜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대권 프로젝트를 조기에 앞당긴 문재인 전 대표가 향후 서적 출간은 물론 북콘서트 개최, 홍보 사진과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며 감성정치 극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