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와 다를 바 없는 정책이 문제…서영교 사건 등 '소나기' 아냐
  •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회의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회의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국갤럽〉이 새누리당 지지층 이탈과 부동층 증가에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라고 밝혔다.

    〈한국갤럽〉의 7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29%로 지난주 대비 1%p 하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3%, 국민의당은 14%로 지난주와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42%를 기록했던 지난 2월 4주차부터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해 7월 1주차에는 급기야 30%대가 붕괴하며 29%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지지 정당이 없는 부동층은 28%에서 총선 때 17%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주 다시 28% 수준을 회복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빠져나가면서 부동층이 증가한 셈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날 선 견제를 주고받고 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한 때 (6월 1주차) 27%를 웃돌았으나 다시 20% 초반대로 회귀해버렸다. 새누리당이 줄곧 40% 초반대를 기록했던 19대 국회 말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견고한 골수 지지층을 바탕으로 19대 국회에서도 줄곧 20%대 초반을 유지해왔다.

    때문에 이번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더민주가 새누리당의 지지층 이탈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이 계파갈등을 이어가면서 정치 혐오를 느끼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났는데 더민주가 이들을 끌어안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더민주는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을까. 더민주가 지난 19대 국회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정책과 시스템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그대로라는 설명이다.

  • ▲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요 정당 지지도 추이. 지난 2월 4주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낙폭이 큰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답보상태다.  ⓒ한국갤럽 제공
    ▲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요 정당 지지도 추이. 지난 2월 4주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의 낙폭이 큰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답보상태다. ⓒ한국갤럽 제공

    더민주는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극에 달한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다가 김종인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셔왔다. 김종인 대표는 취임하면서 "강성 친노가 득세하는 운동권 정당의 모습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친노의 좌장으로 지목된 이해찬 의원과 '막말 대포' 정청래 의원을 과감하게 물갈이했다. "정무적 판단이었다"며 별도의 설명도 거부했다. 친노 청산에 어느 정도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평이 나왔다.

    또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경제전문가로 분류되는 최운열 의원이 영입되는 한편,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진영 의원,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행보를 총선 내내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더민주는 막상 총선에서 통과하자 도로 19대 국회에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한 연장을 요구한 데 이어, 핵무기를 개발한 김정은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대해 신중론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지난 7일 현안브리핑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활동 종료 선언으로 지난 7월 1일 부터 임금, 출장비는 물론 운영비 등 일상적인 경비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해 세월호 특조위가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외교안보 행보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보다 제재와 압박에 치중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쪽에 더 가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평화와 안정이 헤쳐지지 않는 방향에서 국익을 달성한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김종인 대표가 지난 2월 25일 광주선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면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지만,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의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무색게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영교 의원 사건 등 더불어민주당에 악재가 많았다는 분석도 있다. 서영교 의원 관련 친인척 채용 논란과 조응천 의원의 '묻지 마 명예훼손'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좀처럼 기회를 잡을 타이밍이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더민주의 지지율 답보를 '일시적 소나기'에 따른 문제로 본다면, 국민의당의 상승세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비판론이 곧바로 뒤따른다. 실제로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총선을 계기로 8% 선 부터 꾸준히 올라 7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는 3주째 14%를 기록했다.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은 지난 4.13 총선 공약을 통해 '공정성장과 질적성장' 등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호남의 의석을 사실상 싹쓸이 하며 지지율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국민의당 역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며 김수민·박선숙 의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한편 이번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2016년 7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조사됐다. 휴대전화 RDD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로 표본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2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률은 23%(총 통화 4천 295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