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권 폐지 후 공백 논란경찰 간첩 검거 실적 두고 공방인력·예산 이관 없이 제도 변경사이버 간첩 대응 공백 입법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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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접은 누가 잡나'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국내 안보 수사 체계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간첩죄 적용 범위가 2026년 형법 개정으로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됐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간첩 검거 실적이 '제로'를 기록하는 등 수사 역량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간첩은 누가 잡나' 토론회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동진·김민전·성일종·유용원·이인선·이종욱·임종득·조경태·조배숙·한기호 의원이 참석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박선영 전 진실화해위원장, 제성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 등도 자리에 함께 했다.토론회 좌장을 맡은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동독 간첩이 서독에 그렇게 많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몰랐던 것이 아니라 규모가 그렇게 큰지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슈타치 보고서가 공개되고 미국 CIA(미국 중앙정보국)가 더 자세한 정보를 가져다주면서 협조자가 의회 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로 많았고 입만 열면 평화를 주장하던 내재적 접근주의자들 중 상당수가 동독 협조자였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 레슨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발제를 맡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돼 2024년 1월 1일부터 경찰이 대공 수사, 간첩 등을 전담하는데 지금까지 간첩을 1명도 안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경찰청에 간첩 검거 통계를 요구하면 2024년에 2건, 2025년에 1건으로 나오는데 이는 기소도 안 됐고 재판도 안 받았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간첩 수사의 현주소"라고 했다.
유 원장은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간첩 침투로 적발된 사례가 2029건 정도다. 60년대에는 1009건이면 하루에 간첩 4팀이 국내로 들어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 번도 간첩을 잡아본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간첩을 잡겠다고 중수청에 수사처를 만들었는데 무슨 인력을 가지고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간첩을 잡아야 할 안보수사단이 2개 과가 있는데 1개 과를 내란특검에 다 파견시켰다"고 부연했다. -
-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접은 누가 잡나' 토론회 발제를 맡아 발표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간첩 수사 무력화하는 현행법 자체가 형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 문제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런 식으로 만든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는 점을 지적했다.아울러 "대공수사권을 박탈한 이유는 용공 조작, 인권 침해 등이 있는데 그건 다 핑계"라며 "용공 조작이 있었다는 말은 군사정권 시절 이야기고 수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다는 것은 어느 수사기관이든지 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황윤덕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단장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없어진 이후 안보수사국 명칭이 '조사' 중심으로 바뀌고 신분도 사법경찰관리에서 정보 조사 관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그는 "간첩은 기밀을 탐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공작을 잡아야 한다"며 "공작과 간첩은 다르다. 경찰이 그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박시준 전 경찰청 안보수사국 수사대장(총경)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이 아니라 대공 수사권 '폐지'가 정확한 용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원래 대공 수사를 해왔고 국정원보다 앞선 역사도 있다"며 "중앙정보부 창설 당시에도 경찰 대공 수사관들이 많이 이동했다"고 했다.다만 "(현재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만 폐지됐지 인력·예산·해외 정보 시스템은 (경찰에) 전혀 이관되지 않았다"며 "준비 기간 3년 동안도 이런 부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또한 경찰 내에서의 구조적 한계를 언급하며 "총경 이상에서 안보 수사 출신이 거의 없다. 경찰 지휘부에서 안보 수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그는 "성과 평가가 단기 중심으로 돼 있어 장기적인 간첩 수사보다 국보법 7조(찬양·고무 등) 등 단순 사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휘부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밝혔다.이정훈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 정치 체제에서는 어떠한 법제화를 해도 못 한다"며 "권력을 바꾸지 못하면 못 한다"고 말했다.이어 "숙주를 잘라내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그 역할을 국회의원들이 해줘야 한다"며 "여기서 못하면 모든 게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윤상현 의원은 환영사에서 "이번 개정은 73년 만에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장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2024년 자유민주연구원과 전문가들과 함께 적국을 넘어 외국, 외국 단체, 비국가 행위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그 결과 외국과 외국 단체까지는 반영됐지만 해커 등 비국가 행위자는 여전히 법의 공백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이어 "오늘날 간첩 행위는 사이버 공간과 개인 단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사이버상 정보 질서 교란과 기술 탈취 등 새로운 유형의 위협을 포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입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한 윤 의원은 "안보는 산소와 같다"는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안보가 무너지면 국가도 존립할 수 없다.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도 작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