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문재인, 호남 두 번 방문해 무릎도 꿇었지만…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그는 공천과정에서 운동권을 배제하고 전문가를 전진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그는 공천과정에서 운동권을 배제하고 전문가를 전진배치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4.13 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총 123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당초 총선 승리의 목표인 107석을 넘는 숫자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세 자리 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지도부는 무거운 표정으로 국회 의원회관 내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박수와 환호 소리로 넘쳐났다. 예상을 훌쩍 넘는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출구조사에서 최소 101석에서 최대 123석도 노려볼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김종인 대표' 카드는 우선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서 민심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의 노욕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번 4.13 총선은 국민의당 탄생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석수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 선거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마지노선을 107석으로 제시했다.

    이후 김종인 대표는 전권을 휘두르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는 일찌기 문재인 전 대표 때 있었던 당내 평가위원회의 결과인 홍의락 의원과 문희상, 백군기 의원 등의 컷오프에 반발해 당헌과 당규를 바꿨다. 대체할 인력도 없이 무턱대고 컷오프 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초 김 대표는 본인을 2번에 배치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원들을 앞순위에 나열하는 비례대표 안을 짰다. 운동권을 배제하고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면서 중도를 끌어안는 행보를 한 셈이다.

    그러자 당내 중앙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 안을 짜는 것이 당헌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직자 위원회, 청년 위원회 등 당내 조직들은 당헌에 명기된 공천 지분을 요구하며 김 대표의 비례대표 안을 거부하고 나섰다. 결국 비례대표 순번이 투표로 결정되긴 했지만 이와 별도로 그는 비례 2번을 약속받았다.

    그는 공천과정에 있어 친노가 반발할 때마다 "당 대표를 그만둘 수도 있다"며 압박했다. 총선의 구원투수로 들어온 그는 '총선 이후'를 끊임없이 거론하며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관훈토론에서 "더는 킹메이커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한편, 지난달 19일에는 "당에 남아 대선 승리를 위해 기여하겠다"라는 취지로 총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로의 탈당이 이어지던 시기여서 친노 후보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김 대표는 홍의락, 문희상 의원 등을 컷오프 하기로 한 것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대안도 없이 무턱대고 잘라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담을 무릅쓰고 과감한 공천을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주장은 맞았다. 김 대표의 예측대로 홍의락 의원과 문희상 의원은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 대표가 배수의 진을 치고 자신이 뱉은 말을 이루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데 반해,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지지를 모으지 못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남에 두 번이나 지원유세를 떠났지만 총선 결과 더민주는 호남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표의 방문에 손사래를 치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의 경우 문재인 대표의 방문에도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가 총선을 통해 존재감을 크게 과시한 반면 문재인 전 대표가 체면을 구기면서 총선 이후 당내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더불어민주당도 반성해야 할 것이 많다고 본다"면서 "더민주는 그간 강조해온 경제민주화에 기초해 현재 경제 상황 극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당내 구성을 묻는 말에는 "이제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