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도 경선도 필요 없는 전대연기론 등판도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 만나 나눈 이야기 중 '수권비전위원회' 등은 문 전 대표가 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와 만나 나눈 이야기 중 '수권비전위원회' 등은 문 전 대표가 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 당권을 만류하는 발언을 하면서 양 대표 간 사이가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2일,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식사를 함께하며 김 대표의 향후 거취를 논의했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당 대표직 합의 추대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며 "합의 추대가 아닌 경선을 치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비상대책위가 끝난 후에 당 대표를 하실 생각이라면 않는 것이 좋겠다. 상처만 받게 될 것"이라 했다고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차기 당권에 도전하지 말아 달라고 '교통정리'에 나선 셈이다. 지난 21일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현안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는 여전히 경선에 부정적 의사를 피력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나에게 경선을 나가라고 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며 "당이 전당대회 같은 것을 해서 패거리 싸움을 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단단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종인 대표가 당 대표직을 계속 맡으려 하면 상처를 받는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며 "수권 비전위원회를 만들고 하는 것 역시 문 전 대표가 하지 않은 얘기다. 문 전 대표가 무슨 뜻으로 그런 얘기를 (기자에게)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날을 세웠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 경선에 나갈지 의중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추대는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 경선에 나갈지 의중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추대는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는 '경선에 나서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에 대해 두 사람 간 해석에 차이가 생긴 탓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합의추대는 어렵다는 취지로 경선을 권했지만, 김 대표는 경선을 권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부터 '총선용 구원투수'로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월 14일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영입하면서 "저는 최고위와 상의해서 선대위를 조기에 출범시키고, 김종인 박사님을 우리 선대 위원장으로 모시려 한다"며 "총선 필승을 위하고 또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하겠다. 김 박사를 중심으로 해서 총선관리를 맡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정권교체까지 내다보고 김 대표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물러나길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총선 이후 당권을 되찾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친노세력을 달래는 것과 동시에 문 전 대표 본인의 존재감도 뽐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당권을 놓고 침묵하는 동안 친노진영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친노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이 승리했는데 비대위 체제는 맞지 않다"며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대까지 당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말에는 "그건 문재인 대표의 개인적 견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체 당원들의 뜻"이라며 공세를 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앞으로의 당권을 놓고 이견이 감지되자 중재안으로 '전당대회 연기론'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전당대회를 연기한다면 김종인 대표는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고, 여기에는 합의추대도 당내 경선도 필요하지 않다.

    현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선을 넘어 대선을 대비하기 위한 성격으로 본다면 김 대표가 대선까지 계속 당 대표를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까지 당 대표를 맡아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그런 이야기를 문재인 전 대표가 했을 때도 난 원래 정치인의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대선까지 당 대표직을 맡아달라 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