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광주방문, 양 대표 불화설에만 이목 집중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김종인 대표는 최근 차기 당권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을 겪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했다. 김종인 대표는 최근 차기 당권을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갈등을 겪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4·13 총선이 끝나고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논쟁이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 갈등이 '당권 문제'를 놓고 격화되는 모양새다.

    김종인 대표는 25일 "사후에 말을 만들어서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문재인 전 대표와 단둘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문 전 대표를 향한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광주 시의회를 방문해 지역 언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사람들이 말을 자꾸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내는데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지난 22일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 후 첫 만찬을 갖고 차기 당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와 관련 양측이 다른 설명을 내놓자 김종인 대표가 "다시는 배석자 없이 만나지 않겠다"며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결별설이 급부상했다. 

    김종인 대표는 전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종인 대표의 광주 일정에서도 두 대표 간의 불화설이 최대 화두였다. 

    김종인 대표는 기자간담회에 앞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는 기자들과 만나 "원내 제1당이 됐으니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고 본다"며 "그다음 내년 대선까지 어떻게 하느냐는 '다음' 지도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결별이 다가온 것 아닌가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더민주에 올 적에 수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그 채비를 갖추는 요건으로 온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없다"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대신 "경제에만 구조조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구조조정이 있다"며 당내 혁신을 강조했다. 

    김종인 대표는 "변화를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이적행위"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국민에 의해 퇴출당할 수 밖에 없다"고 당에 경고했다. 

    김종인 대표는 평소에도 '당의 정체성 및 운동권 문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자주 날렸다. 이날 발언도 더민주가 총선에서 참패한 광주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에 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 ▲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차기 당권을 놓고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왼쪽) 이를 명분으로 '은퇴 논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차기 당권을 놓고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왼쪽) 이를 명분으로 '은퇴 논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표 측도 결별설이 확대되자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종인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 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4·13 총선 이후 이어진 차기 당권을 둘러싼 갈등의 격화가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 논란을 해소한 것 아닌가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전 대표는 4·13 총선을 앞두고 '호남 지지'를 조건으로 정계 은퇴를 약속했다가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하면서 거취 논란을 빚었다. 

    지난 18일부터 1박 2일간의 영·호남 일정도 당초 비공개였던 등 조용한 행보를 계획했으나 '합의 추대'를 놓고 당내 갈등이 커지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금주 다시 경남 양산 자택으로 내려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호남을 포함해 비공식적이나마 정치적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계 은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