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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 아래 4·13 총선에서 원내 1당이라는 지위를 확보했지만, 현 체제의 연장을 의미하는 전당 대회 연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더민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2일 "현재 비대위 자체가 중앙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편법적으로 만든 기관"이라며 "비정상적인 비대위 체제가 오래 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김홍걸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한 비대위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대해선 "여러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며 "중앙당이 잘해서 총선을 잘 치렀다고 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김홍걸 위원장은 전대 개최 시기와 관련 "당헌상 대표가 물러났을 때 2개월 이내에 해야 하는데 선거 때 임시 전대를 할 수 없었던 부분은 사실"이라며 "혁신안에는 총선 직후에 (전당대회를)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 비대위가 전대 시기를 결정하면서 당무위원회를 열겠다는 것에 대해선 "중앙위에서 통과시킬 자신이 없으니까 마치 헌법을 국회에서 안 고치고 국무회의에서 고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더민주는 김홍걸 위원장뿐만 아니라 호남 참패의 책임을 김종인 대표에게 묻는 등 현 비대위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절차대로 전대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된다.
추미애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대 연기론에 반대하며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의원은 현행 '김종인 체제'를 '과도체제'라고 규정하며 조속한 종식을 통한 당의 정상화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민주가 4·13 총선 호남 참패를 겪고 정당 지지율 3위의 기록한 것에 대해선 "끝내는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며 김종인 대표를 겨냥했다.
더민주는 지난 28일에도 토론회를 열고 '호남참패'의 원인으로 김종인 체제 때 이뤄진 공천 파동과 셀프 비례대표, 김 대표의 국보위 전력 논란 등을 지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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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친노·친문 주류계파가 나타나서 토사구팽하는 것 아닌가'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김홍걸 위원장은 "그분(김종인 대표)이 이미 비례대표 2번을 받지 않았나. 우리당에서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라며 "토사구팽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김종인 대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당 내외의 사람들은 그분이 비상 상황에서 잠깐 도와주러 오신 걸로 다들 알고 있었다"라며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김종인 대표가 언론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가 도로 민주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선 "오히려 김종인 대표가 외부에서 당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스스로 당의 주인인 것처럼 독선적인 리더쉽을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이처럼 더민주는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김종인 대표의 공(功)을 어느새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총선 기간에는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활약했다'며 추켜세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신 김종인 대표의 과(過)를 지적하고,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도 잊은 듯 호남참패의 책임을 김종인 대표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일 20대 국회 당선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한다. 김종인 대표로선 운명의 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