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피' 성과 자랑하며 부작용은 외면 … 빚투가 키운 가계부채"금리 올릴 수밖에 없다"는 한은 … 취약계층 부담 경고음증시 웃지만 자영업자·취약차주는 이자 부담·자금난 이중고상승장이 가려준 위험들 … 진짜 정책 평가는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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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가가 오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국민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도 없다.문제는 성과의 주인은 분명한데 책임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시가 오르면 정책 성과라 말하지만, 빚투가 늘고 가계대출이 급증하며 고환율과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9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8월 이후 21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 늘어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기타대출 증가액은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증시 활황 속 개인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가 급증한 영향이라는 것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공통된 진단이다.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곧바로 비상 관리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대출 총량 관리 미준수 금융사에 대한 주간 점검회의를 예고했고,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와 비대면 신용대출 제한 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부동산 대출은 투기 수요라는 이유로 강하게 억제하면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정책 성과처럼 강조됐다. 그 결과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활용한 빚투가 늘었지만, 이제는 다시 신용대출 규제와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가 거론되고 있다. 정작 영향을 받는 것은 주식 투자자만이 아니다. 생계자금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까지 함께 위축될 수 있다.빚투의 다음 단계는 금리 부담이다.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이후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긴축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물가 상승 압력과 금융불균형 확대가 이유다. 특히 주가 상승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빚투와 가계대출 증가라는 뜻이다.여기에 고환율 부담까지 겹쳐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5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물가와 환율, 가계부채를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그런데 정부의 정책 방향은 또 다르다. 정부는 확장재정을 통해 경기를 살리고 소비를 진작하겠다고 말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와 국채 증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물론 재정 확대가 곧바로 원화 약세를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성장률 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만 늘어난다면 원화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결국 지금의 정책은 한쪽에서는 부양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그 부작용을 억누르기 위해 규제와 긴축을 동원하는 구조가 됐다.주가 상승의 과실은 투자자가 가져간다. 하지만 빚투 확대가 불러온 가계대출 급증과 금리 인상의 부담은 투자자만 지지 않는다. 변동금리 대출을 안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취약차주도 함께 부담한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대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금리도 6~7%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신 총재는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부담은 재정정책을 통해 선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 말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정책 구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증시를 띄우고, 금융당국은 대출을 조이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워진 취약계층은 다시 재정으로 지원한다. 정책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한쪽이 만든 문제를 다른 한쪽이 덮는 구조가 되고 있다.정부는 코스피 상승을 국정 운영의 대표 성과이자 경제 회복의 상징처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흥분을 부추기는 데 있지 않다. 과열의 징후가 나타날 때는 위험을 경고하고 부작용을 관리하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최근 가계대출 급증과 빚투 확산, 고환율 지속, 금리 인상 압박은 모두 경고등이다. 정부가 증시 상승의 성과에만 집중한 채 그 이면의 위험을 얼마나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지, 또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만약 증시 호황이 끝난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국민들이 마주하는 건 늘어난 투자 수익이 아니라 가계부채일 수 있고, 높아진 수익률이 아니라 이자 부담일 수 있다. 지금은 상승장이 모든 문제를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정책은 상승장에서는 박수받기 쉽지만, 상승장이 끝난 뒤에야 진정한 평가를 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