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도 이튿날 기자회견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지지는 잘못된 보증'
  •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통합' 폭탄으로 크게 흔들렸던 국민의당 핵심 인사들이 "통합 논의 불가" 당론 결정을 계기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태세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당의 핵심 관계자인 문병호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를 정조준하며 김종인 대표를 친노패권주의 청산 문제와 결부시켜 압박에 나섬으로써, 일종의 '국면 전환'이 이뤄지면서 야권 내부의 공세의 주도권이 전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새누리당에 맞서 야권통합을 위해 세 번 결단하는 동안,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하며 '민주당에 정권 맡기면 안 된다'고 했던 분"이라며 "누가 통합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이 지난 2011년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에서 입후보 포기 결단, 이듬해 대선에서 다시 문재인 전 대표에게 후보 양보 결단,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 포기와 민주당과 통합 결단 등 세 차례 '통합의 결단'을 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김종인 대표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더민주의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도 돌직구를 꽂았다.

    안철수 대표는 "세 번이나 국민 앞에 '나를 믿고 지지해달라'고 연대보증을 섰지만 한 번은 성공했고 두 번은 실패했다"며 "(문재인 전 대표는) 약속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변하지도 못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내가 섰던 두 번의 잘못된 보증은 꼭 갚겠다"고도 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했던 것이 '국민 앞에 잘못된 보증이자 결단'이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대선 후보의 자격이 없고 정권교체도 불가능한 잘못된 인물인 문재인 전 대표를 국민에게 잘못 보증하고 지지를 당부했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두 번의 잘못된 보증은 꼭 갚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앞으로도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배를 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안철수 대표가 '독자 행보'의 결의를 다지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핵심 브레인이자 지략가인 문병호 의원이 더민주를 향한 공세의 선봉에 나섰다.

  •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5일 트위터를 통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문병호 의원 트위터 갈무리
    ▲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5일 트위터를 통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문병호 의원 트위터 갈무리

    문병호 의원은 앞서 5일 트위터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의 야권통합 제안을 보면 지난해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연대 제안과 똑같다는 느낌"이라며 "반성과 책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의 제안 행태를 보면 뒤에서 문재인 대표와 친노(親盧)가 조종하는 것 같다"며 "더민주가 나무를 보고 숲을 못 보는데,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오만해졌는가? 제발 패권을 버리고 진정성 있게 하라"고 꾸짖었다.

    아직 더민주의 고질적 병폐와 수권 불능 '불임정당'의 근본 원인인 친노패권주의가 척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해서, 이를 공세 지점으로 삼아 야권 내부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아울러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출당(出黨)하는 등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한, 친노패권주의의 진정한 청산이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 또한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야권 인사들은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가 '위장 사퇴'이며 여전히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대주주이고, 김종인 대표는 '월급쟁이 바지 사장'이자 CEO일 뿐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당을 떠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고, 박지원 전 대표도 "문재인 대표가 완전히 사퇴한 것도 아니며, 총선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도 아직은 모르고 있다"고 의문을 표했다.

    문병호 의원도 앞서 "(더민주의) 위기가 해소되면 당연히 다시 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며 "당연히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로 된다"고 우려했다. 대선 승리가 절대 불가능한 인물인 문재인 전 대표가 패권을 쥐고 흔듬으로써, 야권 지지자들의 숙원인 정권 교체가 또다시 불발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야권통합 분란' 사태가 일단락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국민의당이 절대 수락할 수 없는 제안을 던져 상대를 흔드는 전략을 구사했던 셈이다. 국민의당 핵심 당직자는 4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통합 논의 불가" 결론이 난 직후 "애초부터 말이 안 됐던 것"이라며 "이 당에는 오랫동안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추진해 왔던 사람들도 있는데, 당의 깃발을 올리자마자 한 달만에 접느니 마느니 논란이 생겼던 게 한심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친노패권주의를 제대로 척결하고 청산하라"는 지적은 김종인 대표의 전략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셈이 된다.

    야권 관계자는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따로 가는 듯 하지만 사실은 긴밀히 교감하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여전히 대주주이며 배후 조종자라는 말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라며 "친노패권주의 척결을 위해서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한데도 출마를 고집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출당이 불가피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감히 문재인 전 대표를 출당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