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진박 명단 보면 "컷오프 안 하면 실제로 특별공천하겠다" 무력시위 의지 읽혀
  • ▲ 국민의당 문병호 정치혁신특위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패권친노·무능86과 수구진박 각 5명의 현역 국회의원 명단을 발표하며, 이들을 인적 쇄신하기 위한 특별공천을 당에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문병호 정치혁신특위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패권친노·무능86과 수구진박 각 5명의 현역 국회의원 명단을 발표하며, 이들을 인적 쇄신하기 위한 특별공천을 당에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이 '정치혁신'의 첩경인 '인적 쇄신'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패권친노·무능86의 대명사인 5명의 국회의원을 선정한 뒤 이들을 20대 총선에서 반드시 떨어뜨리기 위한 특별공천을 당에 촉구한 것이다.

    문병호 의원은 7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수구진박과 더불어민주당 친노패권·무능86 세력을 심판하는 것이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할 목표"라며 "253개 지역구 의원 중 가장 뚜렷하게 수구진박과 친노패권·무능86 세력을 대표하는 현역 의원이 20대 국회에 또다시 당선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패권친노·무능86의 대명사 5인으로는 △이해찬(세종) △정청래(서울 마포을) △이목희(서울 금천)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김경협(경기 부천원미갑) 이상 다섯 명이 꼽혔다. 동시에 새누리당에서는 김을동·윤상현·홍문종·한선교·이정현 5인이 이른바 '수구진박'으로 선정됐다.

    문병호 의원은 일찌감치 "이번 총선은 친노와 친박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명단 발표를 통해 이러한 프레임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정치혁신의 실천을 특별공천을 통해 국민에게 보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늘의 발표는 1차 발표"라고 말해, 향후 추가적인 명단 선정과 발표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다목적인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8일 2차 현역 국회의원 컷오프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김종인 대표는 누누이 "패권정치를 씻어내려고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부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문병호 의원의 기습적인 패권친노·무능86 명단 발표는 이러한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턱밑에 "이들을 청산할 수 있겠느냐"고 퍼렇게 날이 서 있는 칼을 들이댄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대표가 마치 친노패권을 척결하고 있는 것처럼 언동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상 패권이 청산된 것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컷오프된 의원들 중 진성 친노는 한 명도 없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를 가리켜 "(청산된 사람 중) 국민이 지칭하는 친노는 들어있지 않다"며 "친노들은 전혀 청산이 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결국 김종인 대표도 '진짜 친노'를 수술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병호 의원이 사전에 먼저 패권친노·무능86의 명단을 제시함으로써 '김종인 체제의 위선'이 저절로 드러나도록 덫을 깔았다는 것이다. 이들을 청산하지 못하면 김종인 대표가 호언장담해온 '친노패권 청산'은 공허한 허언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울러 이번 기자회견은 김종인 대표의 '친노 청산' 의지에 대한 시험대이자 정치적 압박 수단을 넘어, 실제로 이들을 낙선시키기 위한 공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김종인 대표의 더민주가 이들을 청산할 자체 정화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실제로 국민의당이 이들 지역구에 '특별공천'이라는 형식을 통해 경쟁력이 강한 후보를 내려보낼 의지가 명단에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더민주 패권친노·무능86 명단이 아닌, 새누리당의 이른바 '수구진박'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선정된 의원 명단을 보면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정말로 진박(眞朴)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감별사'를 자처하고 나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나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이름이 명단에서 보이지 않는다.

    야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단순히 압박용으로 명단을 발표한 게 아니라, 실제 특별공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포석을 깔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경북 경산)나 조원진 원내수석(대구 달서병)의 경우, 지역구가 대구·경북(TK)인데 이 지역에는 현재 경쟁력 있는 국민의당 후보를 구하기가 마땅치 않다.

    "후보를 내서 최경환 (전 부총리)이나 조원진 (원내수석)을 떨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제껴놓고, 실제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특별공천이 가능한 지역인 수도권 위주로 명단을 선정한 것"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의 해설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더민주에서 이해찬·정청래·이목희·전해철·김경협 의원의 5인을 '자체 정화'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당은 실제로 '특별공천'을 통해 다가오는 총선에서 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문병호 의원이 뿌린 '몸쪽 꽉 차게 들어오는 돌직구'에 직면하게 된 김종인 대표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