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비교섭단체 '넘사벽' 차이 절감… 주승용에 귀 기울여야
  • ▲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맞아 비교섭단체 앞에 놓인 높은 장벽을 다시 한 번 절감해야만 했다.

    최근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 사태를 맞아 16일 국회를 찾아 특별 연설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여야 주요 정치인들과 티타임 형식으로 환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환담에는 정의화 의장, 정갑윤 부의장 등 국회의 의장단과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원유철 원내대표·김학용 대표비서실장·김영우 수석대변인 등 새누리당 지도부, 그리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이종걸 원내대표·박수현 대표비서실장 등 더불어민주당 요인들이 두루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로 이들 원내 요인들과 함께 15분여 동안 환담했다.

    이 자리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주승용 원내대표, 박인복 대표비서실장, 최원식 수석대변인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라서 초청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당초 청와대 측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도 회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관례에 따라 교섭단체 요인들만 참석하는 걸로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야 거대 양당의 독과점적 기득권 체제를 깨겠다며 야심차게 제3당이 출범했으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잃은 셈이다. 경쟁 상대인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는 15분여 동안 진행된 환담 말미에 박근혜 대통령과 3분여 동안 따로 독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뼈아프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의 원내 주요 인사들은 경제살리기 관련 법안과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차에 걸쳐 처리를 당부했던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데에는 국민의당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어필할 기회조차 잃었다. 초청받지 못한 자의 설움이다.

    안철수 대표는 전날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섭단체를 만든다고 국민의 지지가 저절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안철수 대표의 말씀은) 교섭단체를 급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봐도 되겠다"고 부연했다.

    반면 주승용 원내대표는 같은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3당이 이런 것이라는 걸 국회에서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되질 않는다"며 "쟁점법안 처리에도 제3당으로서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서 대단히 아쉽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이게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침체된 첫 번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공동대표를 비롯해서 우리 의원들 전체가 분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역시 국회 국토위원장을 지낸 3선 의원이자, 제1야당에서 수석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두루 역임한 주승용 원내대표답게 핵심을 잘 짚어냈다는 평이다. 초선 의원인 안철수 대표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사이의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격차를 지적한 것이다.

    물론 교섭단체를 만들겠다고, 호남에 깊은 상흔을 남긴 새천년민주당 분당과 열우당 창당 사태를 "금자탑"이며 "다시 도래해야 할 미래"라고 표현한 신기남 의원을 영입하는 등 '마구잡이 돌진'은 당연히 안 된다. 그러나 수단만 잘 가려 사용한다면 "교섭단체를 하루라도 빨리 구성해야 한다"는 주승용 원내대표의 입장은 원론적으로는 틀리지 않다.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국회에서 존재감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나날은 계속될 것이다.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게 된다.

    새누리당·더민주와 함께 '3강'이 될 것인가, 같은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함께 '2강 2약'의 구도로 주저앉을 것인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의 환담에 끼지 못한 채,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야 했던 안철수 대표가 이를 계기로 주승용 원내대표의 '현실론'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