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간대 열린 정치혁신특위에 관심 저조… "千대표 야기한 분란 탓"
  • ▲ 국민의당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본청 215호 원내대표실에서 의원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창당 이후 처음으로 국회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본청 215호 원내대표실에서 의원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창당 이후 처음으로 국회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천정배 대표의 월권성 발언이 빚은 파문으로 인해, 중차대한 국면에서 국민의당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17일 오전 국회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동안 주로 서울 마포구 당사나 의원회관을 이용해왔던 국민의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본청에서 공식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의총에 참석한 안철수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제 드디어 본청에서 의총을 하게 돼서 정말 감회가 새롭다"며 "창당 선언한지 두 달이 안 되는 시간 만에 여기까지 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의원들은 안철수 대표에게 당 운영과 관련한 불만 섞인 건의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색된 분위기는 오전 11시 30분을 전후해 안철수 대표가 이상돈 선거대책위원장의 합류 기자회견을 위해 마포 당사로 이동하고, 대신 천정배 대표가 의총장에 들어오면서 더욱 심해졌다.

    천정배 대표는 지난 14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지역 예비후보자들을 모아놓고 "현역 국회의원의 컷오프도 가능하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의총에서는 천정배 대표를 상대로 이와 같은 신중치 못한 발언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천정배 대표는 광주에 내려가 언론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좀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경선 규칙이나 공천 룰은 아직 만들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게 만들어진 뒤 시스템에 의해 공천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말을 하는 게 맞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의원은 광주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한 채 예비후보자들만 모아놓고 대표가 격려한 모임의 형식을 문제삼아 "현역 의원들과 예비후보자들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는데, 잘못된 말은 많은 분들에게 나중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며 "시스템에 의해 공천한다고 해야지, 본인이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흡사 천정배 대표가 광주 공천에 관한 전권을 가진 듯이 말하고 다니는 언동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같은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천정배 대표는 자신의 월권성 발언을 철회하거나 유감을 표명하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아, '광주 공천 문제'를 둘러싼 당내의 긴장감은 계속해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의총 산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천정배 대표에게 의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전달했다"며 "천정배 대표도 (문제 제기에) 수긍하고 '그렇게 (신중히 말)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총장에 있던 복수의 참석자들의 말은 달랐다. 이들은 천정배 대표가 월권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비판에 수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총에 참석한 호남 지역구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한두 분이 (컷오프 월권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을 했는데, (천정배 대표가) 명확하게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 전했다.

    또다른 호남 지역구 의원은 "나는 '지역 여론이 만만치 않으니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다른 의원들이 (컷오프 발언의 문제점을) 언급했다"면서도 "(천정배 대표가)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그런 부분도 있다'고만 했지, 정확하게 그 문제에 대해 답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천정배 대표의 월권성 발언이 낳은 파문은 한동안 당내에 계속해서 진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광주 공천 문제에 대해서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거나, 자신에게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거론한 게 대단히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복수의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한길 대표가 국민회의와 통합 기자회견을 할 때 '지분 이야기 같은 것은 일절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천정배 대표의 발언은 광주 공천 지분을 떼어받은 일이 있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다"고 꼬집었다.

    특히 천정배 대표가 광주 공천 문제와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이 '뉴DJ 발탁론'인데, 천정배 대표 본인에게 뉴DJ를 골라낼 안목이 있는지 본질적으로 의문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절망감이 더욱 깊어진다.

    일례로 천정배 대표는 구 국민회의의 창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주 광산을의 권은희 의원을 "뉴DJ"라 칭하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권은희 의원의 본선 경쟁력은 광주 현역 의원들 중 가장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KBS와 연합뉴스가 지난 1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23.7%의 지지율로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전 의원(42.0%)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데이터를 뜯어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이 지역구 50대 유권자는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이 33.2%로 더민주(24.1%) 지지율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후보는 이용섭 전 의원(39.5%)을 권은희 의원(33.7%)보다 선호했다.

    특히 이들 50대 유권자는 당선 가능성에서 이용섭 전 의원(46.4%)을 권은희 의원(21.6%)보다 더욱 높게 봤다. 지지하는 정당은 국민의당이지만 후보의 경쟁력이나 당선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투표 당일 지지층을 투표소로 끌어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뉴DJ'는 정당 선호에서 불리한 지형을 인물 경쟁력으로 뚫고 돌파하는 인물이어야지, 정당 선호에게 유리한데도 인물 경쟁력에서 뒤처져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지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인물이 '뉴DJ'라고 칭해져서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지하에서 돌아누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천정배 대표는 권은희 의원을 '뉴DJ'라고 평가했던 전력이 있다. 지금 그나마 본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광주의 현역 의원들을 인위적으로 물갈이하고, 천정배 대표의 안목으로 '뉴DJ'를 내리꽂으면 본선에서 백전백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광주를 친노패권주의에서 해방시킬 절호의 기회가 특정 개인의 안목 미달로 인해 날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규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어느 특정 개인의 생각을 떠나서 규정과 규칙과 제도에 따라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느 특정 개인이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다른 의원도 "무슨 큰 문제점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치권에 처음 나온 신인이 신인 가점도 받고 그렇게 해서 정정당당하게 (현역 국회의원과 경선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상식선에서 모든 일을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 때문에 같은 시간에 야심차게 준비한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의 첫 전체회의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치혁신특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원래 기자들이 (정치혁신에) 관심이 많은데, 의총과 시간이 겹쳐서 나눠져 이렇게 (언론의 관심이 저조하게)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데 천정배 대표의 월권성 발언 파문이 이날 의총 한 번으로 수습되지 않음에 따라, 국민의당은 조만간 다시 한 번 의총을 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아무래도 공동대표가 한꺼번에 있어야 이야기가 되지 않겠나 싶다"며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대화를 하자고 이야기가 됐고, (의총) 일정이 또 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치혁신이나 경제재도약 등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천정배 대표가 괜히 광주 공천과 관련해 분란을 야기하고 있어 꼼짝없이 발목이 잡힌 꼴"이라며 "광주 공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당헌·당규의 정신에 따라 숙의선거인단 경선을 통해 공정하게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