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정의당 서로 "네가 더 양보하라"… 朱 "안 주는 것을 어찌하나"
  •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17일 국회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17일 국회본청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래 가지고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와 더불어하겠다는 것인지, 이게 정의인지, 당명에 어울리지 않는다 싶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잔뜩 뿔이 났다. 허탈함과 울분이 뒤섞인 표정이었던 17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그러한 심사가 읽혀졌다.

    의석 17석인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본청에 첫 입주해 '방들이' 의원총회를 열었다. 지난 2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했던 날로부터 기산하면 보름이나 지나서 국회에 입주한 것이다.

    주승용 원내대표와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중앙당 창당대회 전날인 1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인사하기도 했다. 이 때 상견례 의제에는 국회 입주에 따른 사무처의 실무 협조 요청도 있었다.

    그런데 보름이 지난 지금, 할당받은 공간은 15평짜리 공간 둘로 나뉘어진 30평 쪽방이 고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수석부대표실로 쓰던 국회본청 215호다.

    여기에서 의원총회를 여니 당 소속 의원들에 보좌진, 취재진, 방송카메라까지 몰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정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들이 각도를 잡기 위해 지나다닐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원내대표실을 들여다보더니 "이게 무슨 60평이냐"라고 경악했다. 그의 말대로, 국민의당이 국회사무처로부터 배정받은 공간은 본래 60평이다. 그런데 왜 그 절반인 30평밖에 배정받지 못했을까.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에 배정된 공간이 60평인데, 현재 30평만 겨우 확보를 했다"며 "더민주와 정의당에서 각각 15평씩 (더) 줘야 하는데 양보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래 가지고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와 더불어하겠다는 것인지, 이게 정의인지, 당명에 어울리지 않는다 싶다"며 "안 주는 것을 우리가 어찌하나"라고 하소연했다.

    국회본청 공간 재배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15평을 양보해야 하는 정의당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분당 사태 전후로 해서 정의당의 의석은 그대로 5석으로 변함이 없는데, 난데없이 공간을 내줘야 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것이다. 더민주에서 의원들이 뛰어나와 국민의당을 만든 것이므로, 공간은 더민주가 더 양보해야 한다는 게 정의당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더민주 입장에서는 추가로 양보해야 할 15평도 현재 당대표비서실로 쓰고 있어 쉽게 못 비워주고 있는데, 정의당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여 더 양보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관계로 원내 의석 5석의 정의당이 60평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의석 수가 3배 이상인 국민의당은 그 절반에 불과한 30평을 점유하는 희한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 1석당 정확히 얼마의 공간으로 규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으로, 아직 배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