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대표연설해봤던 安, 비교섭단체 설움 또 느꼈을까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온 직후, 같은 당 김승남·문병호·황주홍·김동철·김관영·임내현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온 직후, 같은 당 김승남·문병호·황주홍·김동철·김관영·임내현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행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

    국회법 제104조 2항은 원내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의 연설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는 40분 동안 연설할 수 있다. 안철수 대표도 구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014년 4월, 교섭단체 대표의 자격에서 40분간 연설했던 적이 있다.

    반면 국민의당 대표 자격으로 행한 이날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안철수 대표는 20여 분간 발언하는 데 그쳤다. 이것도 많이 배려받은 것이라는 평이다. 국회법 제104조 1항은 의원의 발언 시간을 15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회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고, 이 조항에 따라 비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의 발언은 관례적으로 15분 수준에서 제한돼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은 국회법상 반드시 하도록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국회법 제104조 2항에 따로 규정돼 있고, 정기국회와 매해 첫 번째 임시국회에는 반드시 각 1회씩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어 임의로 못하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의 근거 조항은 국회법 제104조 5항의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의원의 발언 시간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정한다'는 것 뿐이다. 이론적으로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 셋이 합의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합법적으로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이날 발언을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국회법에는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의 '연설'만을 규정하고 있고, 이만을 따로 '연설'이라 칭해 40분의 시간 등 특별한 보장을 하고 있다. 기타 다른 발언은 모두 '연설'이 아닌 '발언'일 뿐이다.

    우리 국회에서 헌정의 관례상으로 주어지는 대우도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는 날에는 그 하나만을 위해 본회의를 소집하는 게 통상의 관례다. 15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전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은 모두 그 40분 간의 연설 하나만을 듣고 산회했다.

    이는 그 외의 의사일정이나 발언을 일체 잡지 않음으로써 오롯이 화제성을 해당 연설에 집중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배려다. 과거에는 여야 양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같은 날 진행했던 적도 있었는데, 언론 노출을 독립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해 각자 다른 날에 연설을 하는 것으로 관행이 바뀌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 특별연설이 잡히자, 본래 이날로 예정돼 있던 이종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하루 뒤로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연설과 같은 날 진행돼서 언론의 조명이 분산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날을 보장해준 것이다.

    그러나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은 다른 의사일정 때문에 본회의가 소집되는 날, 의사일정에 앞서 함께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안철수 대표도 이날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기에 앞서 발언 순서를 할애받았다.

    이 경우 여타 의사일정이나 법안 의결이 있을 수 있고, 특히 같은 날 대정부질문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정부 각료와 야당 의원들 간의 공방전이 벌어지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이외의 주제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이미 해본 경험도 있는 안철수 대표로서는 지난 16일의 박근혜 대통령 국회 방문 때 원내 주요 정치인들과의 환담에서 배제된 것에 이어, 다시 한 번 비교섭단체로서의 설움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이날 아침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한 자리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며 "국고보조금보다도 제3지대에서의 교섭단체로서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런 역할이 주어지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이날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지금 한국 정치는 두 거대 정당의 절대적 독과점 체제 때문에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다"며 "이제 이 기득권 담합 체제를 깨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에게 담합은 천국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지옥이고, 경쟁은 기업에게는 지옥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천국이듯이, 이제 정치도 그렇게 돼야 한다"며 "더 많은 선택, 더 좋은 선택을 국민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독과점 구조인 낡은 정치의 판을 깨겠다"며 "더 많은 정당 중에서 좋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국민의 주권을 더 크게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