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위 "광주에서 부정적으로 보니 죄송" 前대통령 참배 "의미 부여 말아달라"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것은 사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며, 참배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아리송한 행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하게 된 김종인 위원장의 첫 공식 행보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27일 더민주 중앙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국보위 참여 전력 논란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전문성과 관련해서 국보위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광주에서 그 당시 상황을 경험한 분들은 굉장히 (국보위 참여 전력을) 부정적인 측면으로 본다"며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광주시민을 상대로 사과했다.

    자신이 국보위에 참여했던 것은 전문성 관련인데, 이것이 논란이 되는 것은 '오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 민심이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치 진정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광주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선거에 불리하니 일단 사과한다는 뉘앙스로도 들린다.

    하필이면 광주시민에 한정해서 사과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예결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국회를 불법 해산하고 임명직 위원들로 입법 기능을 수행한 초헌법적 기구였다. 헌정 파괴라는 측면에서 보면 비단 광주시민만이 피해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광주시민에게 특별히 사과한 것을 보면 진심으로 이를 잘못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앞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보위 관련해서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국보위 뿐만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해 참여한 일에 대해 스스로 후회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

    이렇듯 사과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선거 표심잡기용 사과'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 국보위 참여에 대한 사죄가 광주시민들에게만 할 일이냐"며 기이한 '광주 한정판 사과'를 꼬집고 나섰다.

    문병호 의원은 "하기 싫은 사과를 억지로 하다보니 그런 것이냐"며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 다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더민주를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머물고 있는 박지원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호남 민심이) 김종인 위원장의 국보위, 특히 민감한 5·18과의 관계에 대해서 상당한 실망을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종인 위원장의 전날 '사과'에 대해서도 "과오가 있다고 하면 조금 더 솔직하고 적극적인, 빠른 사과가 있었으면 보다 이해를 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었을텐데, 마지못해 하는 기분을 받고 별로 이해하지 않는 것 같다"며 '여론에 밀려서 한 사과'라고 평가절하했다.

    제1야당의 사령탑인 비대위원장이 된 이튿날인 28일 김종인 위원장의 기이한 국립현충원 참배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굳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도 "전직 대통령이니까 방문한 것이지,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아달라"고 '특별한' 당부를 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한 것인지, 단순한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선거용 행보인지 아리송한 참배다.

    전날까지 그 당의 대표였던 문재인 의원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건너뛰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했다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에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던 행보가 떠오른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표 참배의 진정성 유무에 대한 논란이 많았는데, 그 논란은 올해 문재인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건너뛰고 다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면서 결국 진정성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나아가 김종인 위원장은 직후 4·19 민주묘역을 찾은 자리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나라를 세운 사람을 국부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나라를 세운 측면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를 나쁘게 만들었다"고 폄하했다.

    그러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가 박정희 대통령께 국민건강보험을 하자고 보고를 드리고 관철을 했다"며 "그로 인해 오늘날 건강보험이 확대돼서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는 건강보험 제도가 이룩된 거 아니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을 평가하는 것인지 본인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언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가리킨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는 건강보험제도가 이룩'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이 나라를 건국한 것이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첨예한 이념전의 갈림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택해 대한민국을 건국했기에, 이 나라가 눈부신 발전을 거쳐 1977년에 국민건강보험을 도입할만큼의 여력을 갖게 된 것인데, 무슨 "결과를 나쁘게 만들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4·19 민주묘역 참배 과정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을 공격했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참배와 공과 평가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