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성난 민심 직면… 김용갑 "강제 차출 해명 사실 아냐, 적극적 참여 인사였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원장. 그는 최근 제1야당의 수장으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원장. 그는 최근 제1야당의 수장으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지 보름 만에 무려 네 번이나 말을 바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선대위구성과 관련해 친노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후 "누가 친노인지 아닌지 개념도 없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노동 유연성 강조하며 독일의 노동개혁 찬성해놓고, 노동개혁법안 처리에는 침묵하기도 했다.

    그의 말바꾸기 논란의 결정타는 전두환 정권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관련 발언이었다. 국보위 참여에 대해 전혀 후회한 적 없다고 말한지 불과 닷새 만에 지난 31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죄 입장으로 바꾼 것이다.

    앞서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당이 전두환 정권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사실을 거론하며 비판하자 "부가가치세를 아는 사람으로서 (국보위가 부가세를)폐지하는 걸 방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들어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5.18정신실천연합' 회원들은 이날 묘역 참배하기 위해 찾은 김 위원장에게 "국보위 참여로 전두환에게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나서 참배를 진행하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김 위원장의 참배를 막았다.

    이에 김 위원장은 민주화 영령의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국보위 참여에 대해 사죄하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국보위) 참여를 했던 데 대해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어느 정도 제가 사죄의 말씀 드려야 하겠다는 그런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사죄에도 불구, 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해명과 관련해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국보위에 강제로 차출됐다는 등의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국보위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있었던 인사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용갑 상임고문은
     김 위원장이 1987년 개헌 때 경제민주화를 헌법에 명시한 주역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마치 혼자 경제민주화를 이룬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고문은 이 같은 사실은 김 위원장과 함께 국보위에 참여했던 고 이춘구 전 신한국당 대표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이 야당 비대위원장으로 온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김 고문의 주장을 일축했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대하는 광주시민(왼쪽)과 봉하시민(오른쪽). 광주에서는 반대시위가, 봉하에서는 환대가 펼쳐졌다는 점에서 분명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뉴시스 DB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대하는 광주시민(왼쪽)과 봉하시민(오른쪽). 광주에서는 반대시위가, 봉하에서는 환대가 펼쳐졌다는 점에서 분명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뉴시스 DB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한 뒤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 곳에서는 광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친노 일색의 더민주 지도부가 곳곳에서 응원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DJ 텃밭'인 광주에서는 비난과 홀대, '친노 심장부'인 봉하마을에서는 환대 등의 엇갈린 대접을 받은 김종인 위원장의 처지가 광주 민심을 잃은 더민주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현안에 대해 원내대표단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주장했다가 갑자기 여야 협상 내용을 파기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주장에 무조건 딴지를 걸며 반대만을 외치는 운동권식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김 위원장이 원내 협상에 개입하며 합의를 파기한 것은 의회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외 인사인 김 비대위원장이 원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 그 당 들어가더니 뒤집기 명수가 됐다"며 "어제는 법안 통과 합의 번복하시더니 오늘은 국보위 참여 후회 안한다던 분이 갑자기 사죄한다"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말을 바꾸기가 어렵다"며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 변화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해야 하고, 왜 이런 입장 변화가 생겼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